中 왕이, 강경화에 경고?…"한국, '민감한 문제' 잘 처리해야"

입력 2020-11-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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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우리 측에 `한중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더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중 신냉전 속에서 자국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문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측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이 만일 중국이 `민감하다`고 간주하는 사안을 `부적절`하게 다룬다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직후처럼 신뢰가 깨져 양자 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도 읽힌다.
왕 부장은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해 미중 관계를 둘러싼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중요한 시점에 방한했다. 외교가에서는 그가 미중 신냉전 장기화 전망 속에서 우리 측에 최소한 중립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왕 부장은 이어 "공동으로 평화·안전·개방·협력의 인터넷 공간을 구축하고 유엔 등 다자주의의 틀 내에서 소통과 협력을 심화하자"며 "다자주의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수호하자"고 제안했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5G 선도 기업인 화웨이(華爲)를 제재하는 등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배제하려는 행보를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아울러 중국은 자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기술·군사 등 다방면에 걸친 각종 압박을 약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다자주의`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또 왕 부장은 `한중 경제무역 협력 계획 2021∼2025`를 조속히 제정해 하이테크 기술·산업 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중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인 왕 부장이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 통상·기술 분야 이슈인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특히 강조한 것은 미국의 거친 압박 속에서 한국과의 공급사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를 강력히 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한국에서 반도체와 화학 원료 등 많은 중간재를 수입한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스마트폰과 PC 등 많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인 D램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에 의존한다.
최근 중국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로 자국에 유리한 경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자평 중인 가운데 왕 부장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추진 의사도 밝혔다.
그는 "양국(한중)이 다자주의 협력을 강화해 RCEP의 조속한 발효를 추진하고 중일한(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서두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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