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로 자금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도 이런 흐름은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다르다 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흥국 중에서도, 유독 한국으로만 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그 배경과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방서후 기자 나와있습니다.
방 기자, 신흥국 중에서도 유독 한국으로만 몰린다. 이게 맞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코스피 지수의 고공행진은 그야말로 한국 주식만 찍어서 들어오는 자금이 영향을 미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펀드 자료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신흥국 펀드 두 개가 있습니다. 둘 다 한국 비중이 12~13% 정도인 신흥국 펀든데요. EEM 펀드가 중국 비중이 조금 더 높습니다.
과거 코스피 강세장이었던 2018년 1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EEM과 IEMG 모두 자금 유입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EEM은 자금 유입이 거의 없고, IEMG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과거에 신흥국으로 자금이 흘러들면 두개의 펀드가 다 자금이 늘었는데, 이번에는 EEM은 그대로고 IEMG만 늘었다.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과거 신흥국 투자라고 하면 중국 투자가 늘어났다는 의미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 비중이 높은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생각보다 미미하잖아요? 따라서 적어도 중국으로 몰리는 현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서 또 의문을 제기할 수가 있습니다. IEMG는 중국 외 아시아, 특히 한국과 대만 비중이 높은데요.
지난 2018년 1월 코스피가 장중 2,600을 돌파했을 때 반도체가 호황이었거든요. 지금도 삼성전자 7만원 돌파하고, 내년부터 반도체가 또 다시 호황을 맞이할 거다, 그래서 IT 기술주가 강한 시장을 찾은 것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역시 또 펀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 주식 비중이 99%인 EWY는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죠? 하지만 대만 주식 비중이 높은 EWT은 오히려 2018년 신흥국 강세장보다 자금 유입 강도가 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신흥국으로 몰린 자금이 중국과 대만 쪽이 아닌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 의미군요. 왜 이런 겁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나라 대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꼽았습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지난달 중순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가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국, 중국, 일본 가운데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기술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사실상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에는 날개를 달아준 셈인 거죠.
<앵커>
대내외적으로 여러가지 호재가 영향을 준 거군요. 어찌보면 방역의 힘일 수도 있겠네요.
증권가에서 코스피 전망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 장밋빛이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 달성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증권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상단만 놓고 보면 코스피 3천 이상을 제시한 곳이 두 곳이나 되고요.
2,800에서 2,900 사이로 다양하게 제시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요소 외에도 과거에 비해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지수가 고공행진을 하고도 여전히 저평가 돼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피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3배로, 아직까지 다른 시장에 비해 낮은 상황입니다.
<앵커>
과거와는 다르다,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인데,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겠죠? 어떤 변수들이 있습니까?
<기자>
외국인 자금이 지수를 끌어올린 건 그만큼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우리 증시가 2018년 1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사실상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죠.
내년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지만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데,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갈등이 심화되면 더 안전자산쪽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런거죠?
<기자>
네, 특히 올해 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장기 투자 성향이 아니라 단기 투자 자금의 성격이 강한데, 따라서 무역분쟁 같은 변수들에 의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앵커>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단기투자성향이다. 이건 어떤 배경입니까?
<기자>
외국계 자금도 국적이 있습니다. 통상 미국계 자금이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하다고 보고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자금은 단기성 자금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올해 국내 주식 자금 동향을 보면 미국계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유럽 자금만 늘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신흥국 시장 전반의 한계이기도 한데요. 지금이야 달러가 약세고, 신흥국 통화가 날아가는 것 같지만 작은 변수에도 변동성이 극심해지는 것이 바로 신흥국 통화입니다. 환율에 따라 투자 자산 전체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 말고도 또 어떤 신흥국 시장이 유망한가요?
<기자>
국내외 투자업계에서는 인도를 유망한 투자처로 뽑았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달 들어 잇따라 인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는데요, 현재 사상 최고인 주가 수준보다 모두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베트남도 거론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되는 MSCI가 프런티어시장(FM) 지수에서 베트남 비중을 높인 점 등이 수혜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앵커>
투자에 주의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역시 환율 변동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신흥국 투자 대표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브라질 국채가 지금은 환차손만 75%가 넘는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아까 우리 증시를 얘기할 때 풍부한 유동성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부채를 늘린 영향도 없지 않거든요.
부채가 많은 신흥국이 환율까지 요동친다, 이런 시장은 아무리 고수익이 기대되도 투자에 신중하란 조언입니다.
정리하자면 신흥국 투자의 경우에는 환리스크는 기본이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다보니 환금성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다 거래 자체가 중단되거나 배당이나 이자소득을 사전 고지 없이 중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용리스크까지 존재합니다.
따라서 신흥국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반드시 투자위험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앵커>
증권부 방서후 기자와 함께 신흥국, 특히 한국으로 몰려드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현황과 신흥국 투자 포인트까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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