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개편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많이 타면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것이 핵심이다.
비급여 보험금을 적게 타면 보험료는 줄어든다.
자기 부담률을 높이고 비급여 진료는 특약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4세대 실손보험`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일부 의사의 `과잉진료`와 일부 가입자의 `의료 과소비`에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하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게 개편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이 비급여 진료라고 보고,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해 이와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계약에서 급여와 비급여를 포괄하는 보장구조이지만 개편 후에는 주계약은 급여 항목을, 특약은 비급여 항목을 보장한다.
이를 기반으로 급여, 비급여 항목 각각의 손해율을 산정하고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보험금을 과도하게 타내는 이들에게는 할증으로 보험료를 높이고, 다수의 일반 가입자들에게는 보험료를 일부 깎아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험료 갱신 전 12개월 동안의 비급여 지급보험금을 기준으로 다음 해 비급여 보험료가 결정된다.
보험금 지급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입자를 5개 등급으로 나눠 1등급은 보험료 5% 할인, 2등급은 유지, 3등급은 100% 할증, 4등급은 200% 할증, 5등급은 300% 할증하는 방식이다.
1등급은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경우, 2등급은 100만 원(평균 지급보험금 약 30만 원 대비 약 300%) 미만, 3등급은 150만 원(〃500%) 미만, 4등급 300만 원(〃1천%) 미만, 5등급 300만 원(〃1천%) 이상인 경우다.
가입자의 비중은 1등급이 72.9%로, 3∼5등급(총 1.8%)에서 할증된 금액을 1등급의 할인 재원으로 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할증 등급이 적용되는 가입자는 전체의 1.8%인 반면, 대다수는 할인받고 25.3%는 현행 유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충분한 통계 확보를 위해 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차등제는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암 질환, 심장질환자 등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새 상품은 보장내용을 바꿀 수 있는 재가입주기가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은 주계약과 특약을 모두 가입할 경우 보장범위·한도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자기부담금과 통원공제금액이 올라간다.
병원 이용 후 가입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자기 부담금은 현재 급여 10∼20%, 비급여 20%에서 앞으로는 급여 20%, 비급여 30%로 높아진다.
외래 1만∼2만 원, 처방 8천 원인 통원 공제금액은 앞으로 급여 1만 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보험료가 기존보다 대폭 낮아진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2017년 이후 판매된 3세대 신(新)실손보험에 비하면 약 10%, 2009년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 실손에 비하면 약 50%, 표준화 이전 1세대 실손에 비하면 약 70% 정도 보험료가 내려간다.
기존 상품의 높은 손해율을 고려하면, 이들과 보험료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전망이다.
1999년 처음 출시된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면서 `사적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소수의 과도한 보험금 청구가 나머지 대다수 가입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오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2018년 기준 의료 이용량이 많은 상위 10%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은 반면, 보험금을 전혀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를 포함해 전체의 93.2%는 평균(62만원) 보다 적은 보험금을 받았다.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일부 보험사는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하거나 가입자 심사 자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개편된 상품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7월 출시된다.
기존 가입자도 원하는 경우 새로운 상품으로 간편하게 전환하는 절차도 마련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