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에도 28조 매출 선방
혁신 이끄는 실리콘밸리 출신CEO
공간팔던 스타벅스를 바꿨다
코로나 여파로 대형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이 회사 만큼은 예외입니다. 올해 상반기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도 전 세계 매출 약 28조 원, 한국에서만 1조 4천억 원을 벌어들인 1위 커피 회사, 스타벅스 얘기입니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올해 상반기 일부 매장문을 닫고도 이런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스타벅스는 한국식 앱서비스를 표준으로 내걸고, 뼛속까지 실리콘 밸리 출신인 케빈 존슨 CEO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 실리콘밸리 출신 영입한 뒤 `커피` 로고 사라졌다
스타벅스는 1971년 제브 시겔 등이 창업한 원두 회사가 모태입니다. 하워드 슐츠 회장이 나중에 이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합류한 뒤 이탈리아 커피맛에 충격을 받고 `공간을 파는 커피숍` 사업을 처음 구상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하워드 슐츠는 이러한 구상에 따라 회사를 아예 인수해 5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고, 1992년 100억 원 매출의 회사를 연간 28조 원에 이르는 세계 1위 커피 회사로 키워냈습니다. 슐츠는 이 과정에서 `공간파는 커피숍`이란 정체성만 남기고 2011년부터 로고에서 `COFFEE`라는 글귀도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정체성을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구현할 인물 케빈 존슨을 영입합니다.
슐츠 이후 스타벅스를 이끌고 있는 케빈 존슨의 이력을 보면 커피 회사 CEO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IBM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스티브 발머 전 CEO를 도와 윈도우즈 사업에 관여하고, 주니퍼 네트워크 최고경영자까지 지내 실리콘밸리에서 소위 `잔뼈`가 굵은 인물이죠. 스타벅스 스토리에도 소개된 일화를 보면 케빈 존슨은 주니퍼 네트워크를 경영하던 2012년 피부암 판정을 받고서 상심하던 차에 하워드 슐츠를 만나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며 스타벅스에 합류한 케빈 존슨 CEO의 성과는 눈부십니다. 커피 만드는 회사에 IT 전문 경영자가 들어선 것에 우려하던 월가의 걱정과 달리 스타벅스 매출은 2017년 223억 달러, 코로나가 터진 올해 약 250억 달러로 선방했습니다. 케빈 존슨은 연말을 앞둔 지난 10일 주주들에게 "내년(2021년)에는 경쟁 기업들이 주춤한 틈을 타 시장을 장악해 20% 성장하겠다"고 예고하기까지 했습니다.
● 세계 1위된 스타벅스…모범사례 된 `한국식 앱 서비스`
스타벅스에 가면 매장에 줄 서지 않고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고, 리워드 보상을 돌려받는 서비스가 보편화 돼 있죠. 2015년 한국 스타벅스가 선보인 이 서비스를 본사로 가져가 표준으로 만들고 전 세계로 확장한 사람이 케빈 존슨입니다. 하워드 슐츠가 케빈 존슨과 함께 데려온 인물이 어도비를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로 바꾼 마틴 플릭잉거인데 두 사람의 조합으로 스타벅스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반한 커피 회사로 탈바꿈 합니다.
조잡하던 웹사이트는 오더&페이(한국의 사이렌오더)라는 앱으로 통합해 리워드 프로그램을 갖춘 멤버십을 도입하고, IT기술팀은 `딥브루`라는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통해서 매장 방문 고객 성향에 맞춘 음료, 커피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목한 스타벅스 매장들은 냉장고에 보관한 유제품 관리부터, 스타벅스 커피머신의 온도, 내리는 양, 커피 로스팅하는 데이터까지 일일이 수집하도록 해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은 양의 똑같은 맛의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된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스타벅스 앱 가입자들이 미리 충전해 놓은 현금의 규모입니다. 미국에서 삼성페이가 1천만명, 애플페이는 2,200만명. 스타벅스앱은 다른 쇼핑점에선 전혀 이용할 수 없는데도 2천3백만명이 등록해 이용합니다. 스타벅스 전 세계 매출의 40%는 이러한 앱 서비스로 일어나는데 이렇게 쌓여있는 현금성 자산만 약 5조원, 웬만한 미국 지방은행보다 돈이 많아서 `뱅크 오브 스타벅스`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옵니다.
● 경쟁사 사라진 자리에 스타벅스…장악력 더 커졌다
이런 시스템은 소매업체들이 큰 충격을 받은 코로나19에도 스타벅스 장악력을 높여줬습니다. 지난 10월 공개한 연간 실적 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 6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점포를 일부 폐쇄하고도 약 28조원, 연간 11% 매출 감소에 그쳤습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로 미국내 400여개 매장은 아예 디지털로만 주문하도록 바꾸는 등 `공간없는 커피숍`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쟁사였던 루이싱 커피 등이 무너진 자리를 커피 제국 스타벅스가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겁니다.
코로나19 백신 소식으로 커피 매장이 다시 정상화되고, 내년 회사 성장이 정상화될 것이란 발표 속에 스타벅스 주식가격은 올해 들어 거의 2배로 뛰었습니다. 커피 매장에 앉아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을 기다리는 것 만큼,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변화하는 스타벅스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클 것 같습니다.
제공 |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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