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신 운동화 모아요…코로나 뛰어넘은 브랜드 '나이키'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0-12-18 15:59   수정 2020-12-18 15:59

    나이키, 아마존 결별 '신의 한 수'
    코로나19 뚫고 어닝서프라이즈
    넷플릭스로 부활한 조던 전성기
    나이키 스니커 '투자자산' 반열에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스니커즈, 농구화를 구해 되파는 거래 `리셀(Resell)`이 요즘 2030에게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명품회사 디올, 지드래곤, 칸예 웨스트 등과 내놓은 운동화는 극소량만 생산했거나 한정된 사람에게 추첨(래플·Raffle)으로 팔아 구하기만 하면 2배에서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흔한 운동화일 뿐인데 나이키 스니커는 왜 재테크 수단,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걸까요.

    ● MZ세대(1020)에게 `농구 황제` 스토리 들려준 이유

    나이키의 창업 스토리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1964년 필 나이트가 빌 보워먼과 함께 `블루리본 스포츠`로 시작해 5만 원 주고 만든 육상 트랙 모양의 `스우시(Swoosh)` 로고에 나이키라는 이름으로 바꿔 56년 만에 190조 원 가치의 브랜드가 됐죠.

    나이키를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다른 위치에 서도록 만든 건 전체 매출에서 10%를 차지하는 브랜드, 조던입니다. 나이키는 84년 루키로 데뷔한 마이클 조던만을 위한 농구화를 만들어 첫 해에 약 1,400억원, 1997년엔 `조던 브랜드`를 자회사로 떼어내 현재 1조 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은퇴한지 17년이나 지난 마이클 조던은 올해 4월 ESPN과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로 다시 부활했습니다. 1984년 신인이었던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 입단해 농구황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는 노골적으로 나이키 조던 브랜드를 파고 듭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조던의 현역시절 경기를 보고 팬이 된 3040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조던 은퇴 이후에 태어난 10대와 20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GD가 즐겨신는 브랜드 로고쯤으로 알고 있던 조던이 농구황제였다는 걸 되살려 스토리와 희소성을 갖춘 브랜드로 재포장하는 겁니다.

    그 덕분에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2분기 나이키는 구찌, 프라다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로 선정됐고, 코로나19 여파에도 `에어 조던` 전용 농구화 판매량이 40% 늘었습니다. 다큐가 공개된 뒤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조던이 실제로 신었던 에어조던1 운동화는 무려 6억9천만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 `투자자산` 반열에 오른 나이키 스니커

    지난해부터 이어진 레트로 열풍에 인기 브랜드와 디자인 협업을 한 제품을 선보여 리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프랑스 명품회사 디올에서 1만3천족을 추첨으로 판매한 에어디올 모델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이 300만원인데 10배 가량의 가격에 되팔렸습니다. 아이스크림 회사, 이탈리아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 등과 만든 제품은 스케이트보드 매장에서만 팔거나 인스타그램으로 한시 판매하는 방식으로 몸값을 더 높였습니다.

    이렇게 나이키의 에어포스, 에어조던 시리즈를 비롯해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리즈(나이키, 아디다스) 등 브랜드 운동화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리셀 시장도 점차 기업화되는 추세입니다. 주식투자하듯 한정판 신발의 시세를 공개하고 거래하는 미국의 스톡엑스는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으로 평가받을 만큼 성장했고, 국내에서는 2019년 설립한 엑스엑스블루, 올해 무신사, 네이버까지 뛰어들어 전용 플랫폼 구축이 한창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코웬앤드컴퍼니는 `대체투자 자산이 된 스니커즈`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미국에서만 20억 달러, 매년 20% 이상 고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디지털 플랫폼 타고 월가 예상치 `점프`

    매년 고성장해온 나이키였지만 위기도 물론 있었습니다. 2016~2017년 나이키는 아디다스 수퍼스타에 스니커 판매량 1위를 내주는 등 매출 둔화를 겪었습니다. 2017회계연도 2.51달러였던 주당순이익이 1년 만에 1.17달러로 곤두박질치자 나이키는 디지털 판매 전략을 확대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소비자에 대한 직접 판매, DTC(Direct To Customer)라고 불리는 전략입니다. 직영 매장에서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이키 플러스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 매출을 늘리는 겁니다. 나이키는 지난해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재고와 유통관리를 도울 `셀렉트`를 인수하고, 독자적인 소비자 구매 습관, 유형 등 데이터를 갖게되자 작년 11월부터 유통 파트너였던 아마존과도 결별합니다.

    이런 투자 덕분에 나이키는 코로나가 터진 올해 3월~5월 7억5천만 달러의 적자를 내고도 연간 매출은 374억 달러, 1년 전보다 4%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고서 나이키는 6월~8월 사이 온라인 판매를 82% 늘려 분기 매출 106억 달러, 월가가 예상한 실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나이키 주가는 4월 이후 74% 상승해 시가총액 1763억 달러(약 190조 원)로 올라섰습니다.

    나이키의 이런 실적을 돋보이게 하는 건 이색 행보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이키는 올해 흑인 차별에 저항해 33년간 밀던 슬로건(JUST DO IT)을 `이번만은 하지마`(For Once, Don`t Do It)으로 바꾸고 일본에선 차별과 이지메 문화를 비판한 광고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나이키가 설립한지 반세기가 지난 거대 스포츠·패션 기업인데도 새로 태어난 기업처럼 여겨지는 것은 불멸의 스타와 함께 만든 스토리와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온 시너지 때문인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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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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