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등의 문제로 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제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자가 치료를 못 받고 병원 밖에서 숨지는가 하면, 지방에서도 중증환자 치료 병실이 모자라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 요양병원에서 지난 12일 확진된 80대 환자가 16일 숨졌다. 이 환자는 나흘 동안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대기 중이었다.
이 요양병원에선 70대 남성 2명도 지난 13일∼14일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코호트 격리 중인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이날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에서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60대가 지난 15일 사망했다.
확진 판정 이후 나흘간이나 동대문구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치료를 못 받고 병원 밖에서 숨을 거뒀다.
경기도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병원 대기자가 251명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은 중증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확진자 30명을 충남지역 일반 격리 병상으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했다.
서울시는 병상 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공동으로 환자 분류 및 병상 배정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달 초부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행정·의료 시스템이 과부돼 현장 대응반이 병상을 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증환자 치료 병상이 모자란 건 지방도 사정이 비슷하다.
충남도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확보한 중증환자 병상 8개가 모두 꽉 찬 상태다. 병상을 확보 못 한 중증환자 5명은 병상 여유가 있는 시도로 옮겨 치료받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전국 568개 가운데 45개(7.9%)뿐이다.
수도권의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서울 1개, 경기 2개, 인천 1개 등 4개뿐이다.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충북, 충남, 전북 등 3개 광역 시·도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전담 치료 병상은 물론, 일반 중환자 병상까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일반 병상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전국의 감염병 전담병원 내 병상 5천239개 가운데 입원 가능한 병상은 1천821개(34.8%)다. 그러나 울산과 세종 지역의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4개씩만 남아있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시는 충남대병원에 중증환자 전담 치료 병상 6개를 확충하고, 내년 1월 중 건양대병원에 5개 병상, 대전보훈병원에 8개 병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국군 대전병원(70병상)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활용한다.
충남은 오는 25일 홍성의료원에 감염병 전담 병상 96개를 확충한다. 이렇게 하면 도내 감염병 전담 병상은 366개로 늘어난다.
경북 역시 확진자 전담 병상을 현재 87개에서 320개로,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108개에서 38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경기도는 이달 안으로 공공병원, 민간병원 등과 협의해 전담 치료병상 179개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생활치료센터도 10곳(4천402명 수용)으로 늘린다.
민간 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거점 전담병원을 자청하고 병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애병원은 시설 개선 공사를 거쳐 코로나19 확진자 중에 신장 투석 환자를 특화해 70명을 치료할 예정이다.
경기도 고양 보건소 관계자는 "최근 요양원 등 고위험시설에서의 집단감염 발생으로 병상이 모자라 어려운 상황"이라며 "병상 부족 문제는 국민 생사와 직결되는 만큼 확진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민간에서도 더 많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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