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강남구민, 설계변경 반발
천문학적 비용에 軍레이더 비용
"재검토로 현대차 계열사 주가↑"
"GBC비용 줄여 미래차 집중해야"
<앵커>
다음 키워드는 `105층 vs 70층`으로 돼 있습니다.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건설하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GBC라고 하는데 이 층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당초 GBC를 105층짜리 초고층 빌딩으로 세운다는 계획에서,
70층 빌딩 2~3개 동으로 짓는 것을 검토 중인데 서울 강남구가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강남구의 최대 개발호재로 꼽히는 사업이죠.
강남구는 건물 층수가 낮아지는 게 싫다는 거군요?
<기자>
네. 강남구와 강남구민들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GBC가 70층으로 지어질 경우에 제대로 된 랜드마크 역할을 못 할 것을 우려하는 건데요.
실제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대규모 공사를 통해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건물에는 많은 사업체가 입주하고, 사업체에서는 일자리를 만들게 되겠죠.
지역 경제에도 선순환을 가져오는데,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전망대 운영만으로 매년 700억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영동대로 일대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함께,
125만명의 일자리 창출과 268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원안대로 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강남구에서 반대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왜 낮게 짓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바로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룹 안팎에서는 `국내 최고 높이`라는 타이틀을 버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70층이나 105층이나 몇층 차이 안나는데 그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건설업계에 따르면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면 안전 등의 이유로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과거 국방부가 100층이 넘는 건물이 삼성동에 들어서면,
군 작전 방해를 우려한 사실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데요.
현대차그룹은 새 레이더 구매비용을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GBC 높이를 낮추면 수천억원 규모의 레이더 구매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외국인 주주 역시 과도한 건설비용을 줄곧 우려하고 있는데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2019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공세를 펼쳤던 당시,
줄곧 "GBC 투자는 주주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GBC 높이 재검토 설로 현대차 계열사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확정됐던 건설 계획을 갑자기 바꿔서 비용 문제를 따진다,
요즘 현대차가 자금이 부족한 겁니까?
<기자>
네. 현대차그룹은 3조 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GBC 공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를 모으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초 건설을 계획했던 2016년과 비교해도 코로나19 악재로 경영 환경은 나빠졌습니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015년 6조원이 넘었지만, 올해엔 2조원 대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또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래차 분야 등에 100조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데,
GBC 건립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미래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강남구에서 반대를 하는 상황이고, 이렇게 되면 적정선에서 타협이 이뤄질까요?
<기자>
결국 최종 결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123층의 롯데월드타워 역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그룹 내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필생의 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죠.
롯데월드타워는 GBC와 다르게 높이를 당초 115층에서 123층으로 오히려 더 높였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요시하는 인물로 알려집니다.
취임 이후에도 과거의 라이벌은 물론 이종산업 업체와도 쭉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오기도 했죠.
층수를 바꿀 경우 설계를 원점에서 다시 보고 서울시 등과도 협의가 필요하지만
실리에 중점을 두고 GBC 건설에 대해서 검토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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