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지펀드 공격에 놀란 LG…배당 확대 나서나

미국계 사모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최근 LG그룹 계열 분리에 대한 반대 서한을 보내면서 LG그룹 지주사 ㈜LG의 배당 확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는 서브원과 LG CNS 지분 매각으로 배당 재원 또한 풍부한 상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의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1조3천586억원이다. 이 중 서브원 지분 매각 대금 3천180억원과 LG CNS 지분 매각 대금 8천558억원 등 비경상 이익을 제외하면 배당 가능 재원은 1천848억원이다.
㈜LG는 올해 2월 지주사로서 특성을 반영해 배당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일회성과 비경상 이익을 제외한 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기본 원칙으로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재무구조,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배당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경상 이익을 제외한 경상 이익으로 배당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가 서브원과 LG CNS 지분 매각으로 풍부해진 현금을 활용해 배당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LG의 올해 3분기 말 순현금 규모는 1조8천4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하는 서한을 LG 이사회에 보내면서 현금 배당을 요구한 점도 배당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화이트박스는 서한에서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LG하우시스, LG인터내셔널, 실리콘웍스는 모두 상장기업으로 현금 배당이 가능하다. 이들 자산을 자물쇠 상자에 넣으면서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7천110억 원의 가치가 소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서 분할 회사들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직접 분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LG 총수 일가는 지분 46%를 갖고 있고, 화이트박스의 지분율은 0.6% 정도로 미미해 화이트박스가 LG그룹의 경영권에 실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배당 요구가 다른 헤지펀드나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들과의 연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 분할을 앞둔 ㈜LG로서는 부담스럽다.
다만 ㈜LG의 기업 분할이 순이익 감소와 배당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은 LG상사와 판토스,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다.
구 고문의 계열 분리로 떨어져 나가는 이들 자회사가 ㈜LG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1%로 적지 않다.
그러나 기업 분할로 ㈜LG가 핵심 사업인 전자와 화학, 통신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과거 GS의 계열 분리 당시에도 분할 이후 지주회사별 주력사업에 대한 전문화와 경쟁력 제고 등의 기대감으로 분할기일 까지 LG그룹 주가가 코스피 수익률을 넘어선 바 있다.
㈜LG의 기업 분할 기일은 내년 5월 1일이며, 분할 기일 이후 구광모 회장 등과 구본준 고문 등 간의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지분 스와프가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