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교수 "CBDC 도입시 '은행회피현상' 발생할 수도"

입력 2020-12-23 17:24   수정 2020-12-23 17:24

    1.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화폐발행자의 지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행 중인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속도가 코로나19 이후로 굉장히 빨라졌죠. 여기에 맞춰 민간에서 많은 디지털 화폐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민간 디지털화폐를 사용하고 현재의 중앙은행권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중앙은행은 화폐발행자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죠.
    게다가 화폐발행으로부터 얻는 이익, 즉 시뇨리지를 잃게 되죠.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100억원을 발행했다고 하면 그 100억원은 중앙은행의 부채입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중앙은행이 100억원을 무이자로 빌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무이자로 빌려서 은행에 대출해주면서 이자를 받죠. 그러면 중앙은행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이런 것을 중앙은행이 얻는 시뇨리지입니다. 민간 디지털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그만큼 시뇨리지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2.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우리도 국익을 위해 하루 빨리 뛰어드는 것이 옳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CBDC 도입시에 우리나라에 빠르게 정착할거라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반반입니다. CBDC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참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마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CBDC는 국가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게임입니다. 다른 국가들이 발행하고 우리가 발행하지 않을 경우 화폐발행주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외국 CBDC, 예를 들어 디지털달러를 사용하게 되면 한국은행권의 사용이 줄게 되겠죠. 소위 ‘디지털달러라이제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지금 디지털화폐에 연구하고 있을 것이고, 또 발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발행되면 일단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한국은행권을 디지털로 표시하여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3.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만일 역기능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까요?
    CBDC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마치 동전의 양명과 같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보통 CBDC의 순기능은 밀수, 탈세, 돈세탁, 혹은 테러집단 활동 등 불법적인 활동을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을 들죠. 왜냐하면 현금은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디지털화폐는 거래 흔적을 나기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활동에 사용될 수가 없죠. CBDC가 그런 활동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인 활동을 방지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오히려 역기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거래 흔적이 남는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죠. 정부가 국민들의 사생활을 다 들어다 볼 수 있고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가 쉬워집니다. 한마디로 ‘빅브러더’가 출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CBDC가 불법적인 활동을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활동은 정부규제나 세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대체로 규제가 심하거나 세금이 높으면 불법적인 활동이 증가합니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막론하고 마찬가지죠.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는 비록 CBDC가 도입되더라도 불법적인 활동은 없어지지 않고 다른 대체 수단을 사용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순기능은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쓰려고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하지 말고 소비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물리적 현금이 존재하는 시스템 하에서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면 사람들이 은행에 있는 예금을 인출하여 현금으로 보유하게 되될 것입니다. 그러면 정부가 의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죠. 사실 20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하 많은 국가에서 금리를 거의 제로에 가깝게 인하하고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못한 이유, 즉 마이너스 금리를 쓰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신 돈을 풀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은행이 가지고 있는 채권들을 구매하는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썼던 것이죠. 그런데 CBDC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가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디지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손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비하는 데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CBDC체제 하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저축하는 디지털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손해라고 한다면 그것을 소비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체자산 즉 금이나 다른 금융자산, 혹은 다른 디지털화폐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CBDC는 지금과 같은 불환지폐시스템입니다. 불환지폐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재량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죠. CBDC에서는 중앙은행이 재량적으로 화폐 발행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화폐의 과잉발행으로 인한 폐해가 더 심해질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것이 오히려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기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첫 번째는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법으로 정부가 마음대로 CBDC 거래 내역을 들여다 볼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죠. 그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째는 통화정책을 준칙에 의해 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중앙은행이 재량적으로 통화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죠.

    4.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시는지요?
    사실 CBDC는 전 국민이 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CBDC가 상용화되면 사람들의 은행 예금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사람들이 은행에 예금을 잘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은행회피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것은 은행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행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뿐만 아니라 은행이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은행은 직접 채권을 발행하던가, CD발행을 늘리던가,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자금 조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은행과 다른 금융회사 간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고, 은행과 다른 금융회사들 간의 차이도 점점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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