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정슬기(32)씨는 최근 자녀와 함께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의 `태양관 랜턴 만들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봉사하려고 재단이나 복지관 등을 직접 찾을 필요는 없었다. 집으로 배송된 태양광 랜턴 DIY(직접 만들기) 키트를 조립해 재단에 다시 보내면 됐다.
정씨는 26일 "외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 아이들과 집에서 특별한 연말을 보내려던 중 이런 봉사를 알게 됐다"며 "안전하게 봉사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개인뿐 아니라 재택근무 중인 여러 기업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 모여 대화하며 키트를 조립하는 식이다. 재단은 이렇게 모인 랜턴을 아프리카 등 전기 시설이 부족한 빈곤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더 기승을 부리면서 대면 활동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지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전하려는 노력은 비대면 기부와 봉사로 모습을 바꿔 이어지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도 최근 비대면으로 기부품을 전달할 수 있는 `희망T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참가자는 직접 티셔츠와 물감, 붓 등이 포함된 키트를 구매하고 티셔츠에 각자 그림을 그려 재단에 보낸다. 이 티셔츠는 전 세계 기후난민 어린이에게 영양결핍 치료식과 함께 전달된다.
기부뿐 아니라 봉사도 랜선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겨울방학 아동 돌봄 봉사활동인 `겨울을 부탁해`를 내년 초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직 교사와 교육학 전공 대학생들이 팀을 꾸려 서울·경기지역 취약가정 초등학생에게 주 2∼3회 학습·일상 생활지도 멘토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의 활동도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재단 소속 봉사단은 병원에 입원한 아동을 직접 찾아가 만나 소원 성취를 돕는 활동을 해 왔다. 올해는 아동과의 소통과 선물 전달 행사 등을 모두 화상통화 등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재단은 지난 1일에도 뇌종양의 일종인 뇌간교종을 앓는 이유나(13)양의 소원을 이뤄줬다. 미용사를 꿈꾸지만 언제 시력이나 운동신경을 잃을지 모르는 이양을 위해 공부에 필요한 노트북PC을 선물했다. 노트북PC는 온라인 모금으로 마련했는데 모금에는 9일 만에 145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봉사활동의 새로운 가능성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며 "화상 대화 프로그램에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 아동이나 독거노인 등도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대면 봉사활동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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