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1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보다 17p 상승한 75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세 분기 연속 50점대에 머물던 체감경기 지수가 코로나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기준치(100)를 넘어서진 못했다.
대한상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이하이면 그 반대다.
새해 1분기에도 경기가 계속 어렵다고 보는 기업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대한상의는 “최근 세계 주요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11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한데 이어 12월 수출도 1.2%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에 회복불씨가 조금씩 발견되면서 기업의 공포심리가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감경기 지수가 큰 폭으로 회복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을 코로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코로나 적응력이 지금보다 부족했던 시기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전히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늦은 국내 백신 공급과 변종 코로나 확산, 미·중 갈등 증폭 등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지난 4분기 깜짝 대형수주에 반해 중소형수주가 부진한데다가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까지 겹친‘조선·부품(62)’부문과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 타격 가능성이 커진 ‘화장품(66)’ 부문이 타업종 대비 지수가 부진했다.
‘자동차·부품업종(86)’의 체감경기 지수는 3분기 이후 개선된 부품업계 실적과 내년도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에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역별 체감경기 지수도 전국의 모든 지역이 기준치에 못 미쳤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스키장·해돋이 관광명소가 폐쇄된 ‘강원(51)’ 지역과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폭증한 ‘제주(63)’지역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철강·정유석화 업체가 몰린 전남(94) 지역은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에 따른 철강가격 상승과 정유석화부문 기저효과 기대감에 힘입어 타지역 대비 선전했다.
한편, 코로나 불확실성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수립 못했다’는 기업이 84.3%에 달했고, 그 이유로는 ‘시장전망이 불투명해 매출목표·사업전략 수립이 어려워서’(49.7%), ‘코로나 등 현안대응으로 수립이 지연되었기 때문’(31.4%)이라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연내 수립이 불투명하다’는 기업도 사업계획 미수립 기업의 21.6%에 달했다.
내년 기업투자도 다소 움츠러들 전망이다.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해 사업 운용 계획’을 묻자, ‘보수적’이라는 응답비중이 63.7%로, ‘공격적’(36.3%)이라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내년 사업을 보수적으로 계획한 이유’에 대해서도 ‘코로나 불확실성 증대로 소극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응답이 82.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채용시장도 어두울 전망이다.
‘올해와 비교한 신규채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비슷할 것’(59.7%)이란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온 가운데, ‘줄일 것’(28.3%)이란 응답이 ‘늘릴 것’(12.0%)이란 답변보다 월등히 많았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내년 우리 경제의 과제 1순위는 코로나 불황에서 벗어나 정상 성장 궤도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여전히 많은 만큼, 우리 경제의 안정적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정부 지원을 계속하는 노력과 함께 중장기 관점에서 낡은 법제를 혁신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조치들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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