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천명하면서 동북아 `게임체인저` 개발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추진 연료로 사용하는 `핵잠`은 기술적으로는 무기한 잠항이 가능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은밀히 침투해 기습 공격이 가능한 국가 전략병기에 속한다. 극초음속 무기 또한 현존 미사일 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극강의 무기체계로 통한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5∼7일 진행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9일 전했다.
특히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배수량이 최대 5천∼6천t급 가량으로 추정되는 핵잠 건조를 위한 기본설계가 끝나 최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기본설계에는 핵잠에 들어갈 장비와 배수량, 전력화 일정 등이 담긴다.
기본설계 심사가 통과되면 상세설계와 함 건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초부터 시작하면 3∼4년 내에 건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아울러 북한은 핵잠에 탑재할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핵탄두가 들어간 SLBM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보고에 밝힌 핵잠은 핵탄두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자력잠수함`(SSBN)인 셈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SLBM용으로 소형화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SLBM용은 ICBM용보다 더 무게와 크기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3∼4년 후 핵잠을 보유하게 되면 핵 공격 능력 및 위협은 배가된다. 태평양 하와이, 괌을 비롯해 미국 서부 본토 인근 수중까지 항해하면 본토 전역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잠 건조에 대응해 한국군도 핵잠을 단기적으로 건조하거나 국외 구매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2019년 10월 공개한 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6기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4천t급 이상의 잠수함도 건조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잠수함에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ㅅ(시옷)`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신형 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북한의 초음속무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해온 군사 전문가들의 관측을 북한이 처음으로 확인한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분야에서 선두권인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이 암묵적으로 북한에 유입돼 극초음속 활공비행 기술을 상당히 축적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20(음속 5∼20배)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발사 초기 지상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할 정도다. 핵무기 못지않게 적에 대한 억지력이 있어 `게임체인저`에 속한다.
북한이 밝힌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로켓 부스터 추진에 따라 높은 고도로 올라가서 부스터에서 분리된 후 대기권 내에서 진행 방향을 바꾸면서 약 30∼70km 고도에서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활공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비행 궤적으로 보이므로 현존 MD 체계로 요격할 수 없다.
미국의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ARRW`은 마하 20의 극초음속으로 가속한 후 탄두를 분리하면 무동력으로 표적을 향해 활공한다. 불과 10분 이내에 지구상 모든 표적을 적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식별되지 않고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B-1B 전략폭격기에 30발 안팎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둥펑-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해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고 비행 중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러시아는 작년 12월 궤도 변칙 비행이 가능한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최대 속도가 마하 20 이상으로, 모두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일본도 극초음속 크루즈 미사일(HCM)과 초고속 활공탄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도 지난달 16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다양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는 차원에서 극초음속 유도탄을 `소요 결정`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은 `다탄두 ICBM` 개발을 위한 MIRV 기술 연구가 막바지에 있다고 밝혔다. MIRV 기술이 완성되면 ICBM을 발사할 경우 목표지역 상공에서 여러 개의 핵탄두가 분리되어 제각각 비행하며 여러 개의 도시를 동시에 핵 공격할 수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1만5천㎞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사거리 1만5천㎞의 ICBM이면 미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11축 22륜(바퀴 22개)인 `괴물ICBM`을 공개했다. 이 ICBM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