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규모 11조…국내 최대규모
현행 물납대상은 부동산·유가증권
"문화재 반출 우려"…개정안 상정도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바로 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는 `소문난 미술 애호가`로 잡았습니다.
바로 지난해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식인데요.
이 회장은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했고, 부인인 홍라희 전 관장이 이끈 리움도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죠.
<앵커>
그런데 갑자기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재산을 물려받게 된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때문입니다.
최종 상속세가 국내에서는 사상 최대인 11조원 대로 확정됐죠.
이 상속세를 4월 말까지 납부해야 하는데,
아무리 부자여도 1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여러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상속세 대신 미술품을 내는 방안이 꼽힙니다.
<앵커>
상속세가 11조원이면 미술품 몇점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닌데요.
소문난 미술 애호가가 보유한 미술품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미술 소장품에 대해서
국내 미술품 감정단체에 가격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정 대상인 미술품은 약 1만 2,000점에 달하고,
전체 가치가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품목들을 소개해 드리면 한국 고미술품부터 유명 서양 현대미술품까지 다양한데요.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 조각이나
영국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인물화 등이 포함됐습니다.
두 작품 모두 유사 낙찰가가 1,500억을 넘습니다.
삼성 측은 "정확한 상속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미술품으로 상속세 일부를 납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내는 게 가능합니까?
<기자>
네. 이런 제도를 `상속세 물납`이라고 하죠.
현금이 아니라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그 자산의 가치만큼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만 물납이 가능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은 미술품을 그대로 내는 건 불가능한 거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삼성 측은 그대로 내는 대신에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해외 경매를 통해 판매해 상속세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 수집가에게 낙찰이 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미술품을 국세 물납 대상에 포함하자는 논의도 다시 시작됐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에서는 미술품을 물납 대상에 포함하기도 합니까?
<기자>
네. 영국과 프랑스, 독일 같은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내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납으로 받은 미술품은 국가가 확보해
국립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출을 막고, 동시에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시간이 니자면서 미술품의 가치가 상승하면 국부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정부는 왜 그간 미술품을 물납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물납이 탈세나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존에 허용했던 비상장 주식 등 물납 대상도 줄이는 추세였죠.
2015년 134건에 이르던 상속세 물납 건수는 2019년 59건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미술품은 객관적인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미술품은 물납 대상에 포함하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국회에서는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상정된 상황인데,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 기한이 다가오면서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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