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들어준 달 사진 직접 찍어보니
발열에 업데이트 지속…성능 저하 없나
있어서 좋은데 S펜 사용성은 모호하다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갤럭시S21 울트라(S21 울트라)는 출시 전후로 이슈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1)달 사진 합성 (2) 발열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출시 이후 3번)로 발열 문제를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달 사진 합성 논란은 삼성전자에서 AI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죠. 품질 자체에 대한 논란이라기보다 충분한 설명 없이 기능을 과장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직접 구매해 사용해보니 앞서 대여 받은 테스트 기기를 사용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인 만큼 기대 이상으로 유용한 기능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욕심이 과했는지 사용성이 모호한 것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 120Hz와 QHD+ 조합=최상의 화면
120Hz 화면주사율을 해상도 저하 없이 쓸 수 있다는 건 S21 울트라만의 장점입니다. 중국 `원플러스8 프로` 등이 120Hz 화면주사율에 QHD 조합을 보여줬지만 갤럭시에선 처음입니다. 특히 갤럭시S21 일반, 플러스 모델과 비교했을 때 울트라가 강점을 가지는 요소입니다. 갤럭시Z 폴드2에서도 QXGA+(1768 x 2208)에 최대 120Hz 가변주사율을 지원했지만 더 높은 해상도라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있습니다.
높은 해상도와 주사율을 지원할 때 걱정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소모 시간입니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갤럭시노트20 울트라와 마찬기지로 LTPO(저온폴리실리콘산화물) TFT를 적용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 개발한 OLED 패널도 적용돼 전력효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원UI 3.0부터 새로 구성된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속도를 높여주는 `속도강화` 기능을 켜고 QHD+에 120Hz 주사율을 사용해봤는데요. 여러 작업을 수행해도 5,000mAH 배터리가 하루는 무난히 버텨냈습니다.
● 30배? 100배?…10배 광학줌이 가장 쓸만해
갤럭시S21 울트라는 전작보다 카메라가 개선됐습니다. 일부 마케팅적인 요소를 빼고 실생활에서 유용한 기능은 크게 (1)10배 광학줌 (2)근접 초점 자동 전환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전작인 S20 울트라는 4배 광학줌에 10배 하이브리드줌을 지원했는데요. 즉 화질 손상 없는 줌배율이 최대 4배이고 10배까지는 광학과 디지털을 섞은 형태였습니다. 보정이 들어간다고 해도 순수한 10배 광학줌에 비해 아쉬운 성능입니다. 10배 광학줌은 꽤 먼 거리까지 확대해도 화질 손상이 없어 만족스러운 기능으로 다가왔습니다. S21 울트라 일반 광각 카메라에서 10배 디지털줌과 비교했을 때 사진의 질감 차이는 꽤 컸습니다.
근접 초점 자동 전환은 가까운 피사체를 촬영할 때 카메라가 알아서 광각 렌즈에서 초광각으로 전환해주는 기능입니다. S21 시리즈 가운데 울트라에만 탑재된 기능입니다. 전작에서 근접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실용적으로 풀었다는 평가입니다. 성인 남성 손가락 한 마디 길이까지 접근해도 초점이 날아가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가까운 피사체를 찍을 일은 별로 없지만 초점이 맞지 않았을 때 오는 불편함을 생각해봤을 때 큰 장점입니다.
갤럭시S21 울트라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100배 스페이스줌이 탑재됐습니다. 빛이 두 번 굴절되는 듀얼 폴디드줌 망원 카메라로 상당히 멀리 있는 사물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죠. 그러나 실생활에서 100배줌은 정말 쓸 일이 드뭅니다. 보름달이 떠있는 상황 등 가끔 재미삼아 쓰는 용도여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이번 신제품에선 여기에 한 가지 논란이 더 발생했습니다.
● 합성인가 기술인가 논란의 `달고리즘`
삼성전자의 원UI 3.0 에서는 장면별 최적화 기능에 달 모드가 추가됐습니다. 100배줌으로 달을 찍었을 때 SW가 달을 인식하고 달 사진만을 위한 최적의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인데요. 달처럼 나오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까지 분화구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기존 달 사진을 합성시킨 결과물이 아니냐는 논란이 번졌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중국 화웨이 P30도 같은 문제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달에 일부러 속옷 무늬를 입혀 촬영했는데 해당 이미지를 분화구처럼 만들어버렸죠.
삼성전자는 즉각 합성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스마트폰 뷰파인더로 보이지 않는 20장의 이미지까지 한 번에 촬영한 뒤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다중 프레임 합성 초해상도 솔루션(슈퍼 레졸루션)이 적용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딥러닝으로 AI가 달 데이터를 분석해 디테일을 살려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설명이 조금 어렵죠? 수많은 달 사진(날짜, 장소에 따라 다른 달사진까지)을 공부한 AI가 사진을 고쳐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러한 딥러닝 기반 다중 프레임 초해상도 기술은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로 업스케일하거나, CCTV에 찍힌 흐릿한 자동차 번호판을 복원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어떤 알고리즘을 채택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실제 보름달을 촬영하고 사흘 뒤에 같은 장소에서 달을 촬영해본 결과, 달 사진은 똑같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기존에 있는 달 사진을 붙여 넣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보름달일 때는 완벽한 구체 형태의 달을 제시했지만 사흘 뒤엔 달의 윗부분이 흐려진 타원형태의 달을 보여줬습니다. 100배줌 뿐만 아니라 30배줌에서도 달 모드를 지원하는데요.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30배줌으로 찍고 확대했을 때와 100배줌으로 찍었을 때 품질에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달고리즘(달+알고리즘) 논란은 SW 보정이 어느 수준까지 개입해야 진짜 `카메라‘ 사진인지 기준이 모호한 탓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보이지 않는 달 분화구의 미세함을 살려주는 것은 발전된 스마트폰 기술일까요. 아니면 큰 틀에서 그냥 합성이라고 해야 될까요. 여러 장의 이미지로 하나의 좋은 사진을 만드는 애플의 `딥퓨전` 등 이미 여러 제조사가 스마트폰의 물리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할 전망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삼성을 비롯한 제조사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해당 기술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면 같은 논란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
● 아직 잡히지 않은 발열…울트라는 업데이트 중
아쉽게도 발열은 아직 완벽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실제 제품을 사용하면서 벤치마크 스트레스 테스트(20번 연속 테스트)를 돌릴 때 또는 카메라를 5~10분 이상 촬영하는 경우가 아니면 발열은 크게 거슬리진 않습니다. 케이스를 부착한 채 사용하면 열이 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엑시노스2100 본연의 성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출시 이후 현재(2월10일)까지 총 3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열을 잡고자 기기 성능을 저하시킨 채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식 출시 전 테스트 기기에서 엑시노스2100 벤치마크 점수(긱벤치5)는 싱글코어가 1,093점, 멀티코어 3,466점을 기록했습니다,첫 번째 업데이트 이후 다시 측정했을 때 S21 울트라는 싱글코어 624점, 멀티코어 2,558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수가 많이 낮아졌죠. 두 번째 업데이트 이후엔 각각 885점, 3,110점을 기록해 조금 나아졌지만 다시 업데이트가 이뤄진 뒤엔 606점, 3,094점을 보였습니다. 그래픽 성능을 나타내는 GPU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 S펜 있으니 S21 울트라 사라?
S펜을 쓸 수 있다는 건 S21 울트라만의 차별점입니다. 아예 사용하지 못 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쓸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S펜 활용도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S펜 프로가 나오기 전이어서 당장 사전예약 상품으로 주는 S펜의 기능은 기존 노트 시리즈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화면을 켜지 않고 바로 노트 필기를 하는 것과 더불어 원하는 영역을 캡처해서 화면에 고정할 수 있는 스마트 셀렉트, 문구에 펜을 갖다 대며 알아서 원문을 번역해주는 번역 기능 등이 있습니다.
S21 일반, 플러스 모델처럼 혹은 노트 시리즈들처럼 평평한 플랫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면 더 잘 어울렸을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양 옆면이 휘어진 엣지 디스플레이는 실용성과 별개로 `펜 사용이 가능한 노트` 이미지를 주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밝힌대로 당장 노트 라인업을 정리할 게 아니라면 S21 울트라에 S펜을 넣은 의도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S펜 보관 케이스는 S펜이 왼쪽에 수납되도록 제작됐습니다. 오른손잡이에겐 펜을 꺼내기 불편한 구조이고 미관을 해치기도 합니다. `펜 못 써서 S21 울트라를 안 사는 소비자까지 포섭하겠다` 외엔 큰 의미를 찾기 힘듭니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컨투어컷 디자인으로 전작보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울트라에 팬텀 블랙 색상은 날씬해 보이는 효과와 더불어 후면 헤이즈 공법 효과로 지문이 거의 묻어나오지 않습니다. 깨질 염려만 덜어낸다면 케이스 없이 쓰고 싶은 외관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10일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판매량이 전작보다 30%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직접 판매량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초기 시장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제품을 받은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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