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해고노동자…서울 곳곳 시민사회단체 합동 설 차례상

입력 2021-02-12 18:07  


설날인 12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합동 차례를 열고 명절의 의미를 다양하게 되새겼다.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서로 거리를 두고 행사를 치렀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는 세월호 참사 후 7번째로 설 차례상이 차려졌다. 유가족은 참사일인 4월 16일을 기억하는 의미로 매년 설 오후 4시 16분에 합동 차례를 지낸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사진 아래에 차려진 차례상 앞에서 유가족과 시민이 서너명씩 나눠 묵념했다. 차례상에는 학생들이 좋아했을 만한 치킨과 피자, 감자튀김 등도 올랐다.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홍신화(51)씨는 "참사가 남 일 같지 않아 원래는 명절 때마다 팽목항을 찾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이동을 못 해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희생자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종기(56)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 시국에 합동차례를 지내는 게 망설여지긴 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계속 찾아주셔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완벽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올해 꼭 이뤄져 내년엔 그냥 집에서 조용히 아이들을 추모하고 싶다"고 했다.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와 철도고객센터지부 비정규직 노동자 1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역 안 농성장에 차례상을 차렸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 후 동료 226명이 계약만료로 해고됐다며 오늘로 96일째 `총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인제 그만`이라고 쓰인 글을 차례상 앞에 두고 차례를 마친 후 시민들과 술과 음식을 나눴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 주최로 도시 개발 과정에서 사망한 철거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합동 차례상이 차려졌다.

전철협 관계자 7명은 "더는 피해받는 철거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차례상 앞에서 조용히 절을 올리거나 고개 숙여 추모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수하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맡는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올해 복직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기한이 없는 무급휴직을 강요받다 해고돼 노동청 앞에서 복직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 앞에서는 입원환자의 가족들이 `세배 퍼포먼스`를 벌였다. 면회가 금지된 환자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동시에 최근 이 병원을 코로나19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한 서울시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았다.

서울시는 이 병원에서 입원환자들을 15일까지 모두 내보내려다가 환자와 보호자의 반발로 이런 방침을 철회했으나, 이들은 강제 퇴원뿐 아니라 전담병원 지정 자체가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환자 가족들은 가족 단위로 병원 앞 돗자리에서 유리창 너머의 부모를 향해 세배한 뒤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다. "건강하게 나아 엄마 소원대로 꼭 같이 여행 가자"고 말하다 울음을 터트리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한 번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입원 층별로 세배 시간을 나눴다.

96세인 어머니가 3년째 입원 중이라는 이예순(68)씨는 "안에 계신 환자분들 모두 고령에 중증이 대다수인데, 왜 이런 분들을 강제로 나가라고 하나"며 "부모님들이 하루라도 더 잘 사시게 하려 맡긴 건데, (전담병원) 강제 지정이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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