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 일파만파..."폭력의 대물림, 처벌 강화"

입력 2021-02-20 08:26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
과거의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폭로하는 `학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각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이 같은 의견을 포함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기에 저지른 잘못을 문제삼아 향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과하다"는 취지의 이런 주장은 학교폭력 문제를 `미성숙한 개인의 일탈`로 인식토록 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청소년이라고 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성인 간 폭력보다 낮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20일 "청소년들의 신체 성숙도와 인지적 발달은 과거보다 굉장히 빨라 충분히 성숙한 존재"라며 "학교폭력과 성인 범죄를 구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청소년이어서 용서해야 한다`는 소년법 등은 문제"라며 "미성년자들이 자신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소년법과 촉법소년 조항 등을 악용하는 예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범행 시점에 만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였던 사람은 어떤 죄를 저지르더라도 형법 제9조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중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이 보호처분을 내릴 수는 있으나, 이는 형사처벌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학교폭력이 한때 철없는 행동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건 폭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폭력이 이를 묵인하고 은폐하는 문화 속에서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데는 사회가 학교폭력을 청소년기 개인 일탈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나 때도 그랬다`며 용인한 탓도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그동안 학교에서는 성적 만능주의와 경쟁을 강조하면서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를 묵인하고 방조해왔다"며 "학폭 미투는 그런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학교폭력을 사후 처리하는데 집중하기보다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는 학교폭력 교육이 학기당 1회 이뤄지고 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교육 과정 속에서 폭력이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반인간적인지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예방적 차원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오래 전부터 나왔으나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형벌의 목표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라며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에게는 어떤 처벌도 할 수 없지만, 때에 따라 나이와 상관없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을 때 행동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의 트라우마 회복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남기 교수는 "가해자가 수십 시간 사회봉사를 했다고 피해자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피해 학생이 사건 이후에도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예산을 확보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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