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롯데가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다른 그룹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와 혁신에 매진하고 있는데, 유독 롯데만 조용합니다.
`반도체` 하면 삼성, `배터리` 하면 LG, `전기차` 하면 현대차 등이 떠오르지만 롯데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힙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딱딱한 기업문화 때문일까요?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시민들에게 `롯데`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어봤습니다.
[신재이 / 40대 주부 : 빼빼로라고 하면 좀 그런가? 택배 같은 거나 롯데월드나 롯데타워 정도.]
[김준영 / 20대 학생 : 롯데리아요. ]
[A씨 / 20대 학생 : 롯데제과.]
`유통과 화학`을 양대 축으로 그룹을 이끌겠다던 신동빈 회장의 포부와는 달리 `롯데쇼핑`이나 `롯데케미칼`이라는 이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롯데쇼핑이 2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도 코로나19 때문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룹의 핵심인 유통부문이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인데, 주식시장에서도 찬밥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이른바 `4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큰 폭(12~72%)으로 늘어난 반면, 재계 5위 롯데는 오히려(2.3%)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나마 업황이 좋았던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제외하면 시가총액이 20.0%나 하락해 체면을 구겼습니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30위 안에 롯데그룹 계열사는 단 한곳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나마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31위로 가장 높았고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84위에 불과했습니다.
삼성의 `반도체`나 현대의 `전기차`, LG의 `배터리`와 달리 롯데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롯데가 겪고 있는 위기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B씨 / 20대 학생 :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기업?) 삼성. (꼴등은?) 롯데. 직원 대우하는 게 안 좋다, 소모품처럼 여긴다고 알고 있어서, 그것 때문에 롯데를 마지막으로 선정했습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앞으로 5년간 200여 개 점포를 정리하는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교수 : 롯데가 가지고 있는 인력과 마인드로, 이 치열한 이커머스에서 과연 경쟁할 수 있겠느냐, 쿠팡과 네이버와 싸워야 하는데? 저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
그룹이 처한 상황에 비해 신동빈 회장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야구단 인수를 위해 최태원 SK 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으로 승부수를 띄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과 같은 파격적인 행보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해 가장 오랜 기간 왕좌 자리를 지켰던 `유통 명가`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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