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이 자금세탁 등 가상화폐 관련 사고나 범죄 위험 부담 때문에 실명계좌를 선뜻 내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와 업무지침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믿을 만 하다`고 판단될 때만 실명계좌를 내주라는 뜻인데, 실명계좌가 없으면 영업이 불가능한 만큼 결국 은행이 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 인증` 책임을 떠안은 셈이다.
더구나 금융당국 등 정부가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에 필요한 구체적 조건이나 기준을 은행에 제시한 상태도 아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필수적 평가요소, 절차 등 최소한의 지침을 요청했지만,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평가하라`는 취지의 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큰 틀에서 `은행권 공통 평가지침`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정확히 모두 몇 개인지 통계조차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100∼120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나머지 거래소 상당수는 이른바 `벌집계좌`(거래소 법인계좌 하나로 투자자 입금) 등 변칙적 방법으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6개월의 유예기간 때문에 3월 25일부터 당장 실명계좌를 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늦어도 9월 말까지는 나머지 100개가 넘는 거래소들도 반드시 은행 실명계좌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실명계좌를 갖춘 기존 4개 거래소 역시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은 `바늘구멍`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다면 실명 계정 확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해당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원화로 바꾸는 거래 시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상당수 군소 가상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거나 영업을 축소하면서, 대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는 `옥석`이 가려져 더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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