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이창훈 前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
● 진행 : 이종우 앵커 (前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한국경제TV <주식경제> 월~금 (10:50~11:40)
Q. 최근 주식 시장을 진단하면?
= 지금은 조정 국면에 있다. 작년 코로나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오는 건 당연하다. 최근 조정의 빌미가 된 건 금리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두 가지를 나눠서 봐야 한다. 정상적으록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자금 수요가 늘어나서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도 같이 오른다. 한편 지금 오르는 금리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채권 발행 물량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미국도 재정정책을 많이 썼다. 국채발행을 통해 가계에 돈을 지원해줬다. 국채발행 물량이 많아지다보니 시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오른 금리는 주식 시장에 부정적이다. 이론적으로 주가는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화 한 것이다. 할인률이 올라가므로 주가는 조정이 되어야 한다.
= 그렇다면 여기가 시장의 끝이냐?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유동성장세가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보면 된다. 기업 실적도 줄었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도 작년에 마이너스였다. 그런데 주가는 2배가 올랐다.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더 이상 돈을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자와 분모로 얘기하면 그동안은 분자의 할인률로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분모에서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좋아져야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과정의 마디에 걸려있다. 아직 경기가 좋아지지도 않았고 실적이 확인되지도 않았다. 그 마디에 걸려서 조정을 받는 과정이다.
Q. 기관 연이은 매도...앞으로 매매 향방은?
= 지금은 저도 기관투자자가 아니고 동학개미 3년차다.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매도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관에서도 국민 연금이 800조를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운영에만 3000조가 들 것이라 한다. 큰 그림에서 보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20% 가까이 들고 있다. 전략적인 비중은 16.5% 정도 된다. 가만히 있었는데 국내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서 비중이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큰 고래다. 큰 자금이 한국에 다 모여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이 들어와서 주가를 올리면 지금의 우리는 좋지만, 30년 뒤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팔아야 될 때 한국 주식 시장은 작살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마켓으로 나아가는 건 당연하고 저도 그점에 동의한다. 다만 어떤 문제가 있냐면 굳이 이렇게 계속 팔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 기재부 기금운용평가단에서 1년에 한 번씩 국민연금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이다. 국내 주식이 전략적 비중보다 지금 오버되어있다. 이것을 덜어내면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이 오르고,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거기에 CIO나 운영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량권에 한계가 있다. 전략적 비중이 만약에 16.8%라 하면 2~3% 내외에서만 재량권이 있고 그 이상을 넘어가면 해소를 해야 한다.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빠지면 감사가 나왔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만고지순의 진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 위에 자산운용위원회나 기금운용위원회도 있다. 거기에서 유예를 하면 된다.
= 제가 보기엔 늘어나는 자금으로 한국 주식을 안 사고 해외주식이나 해외 대체투자를 계속 늘리면, 3~5년 뒤에는 원하는 비중으로 갈 수 있다. 굳이 이렇게 어려운 장에서 1년 단위로 비중을 정해 기계적으로 팔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운용 CIO를 했던 입장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좋자고 하는 건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것이 아닌가.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주식보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이 더 많은 상태다. 아무리 기관의 수익률이 좋아진다고 해도 연속된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것이 국민의 돈인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CIO나 운용하는 사람의 재량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정책적으로 그 위의 이사장님이나 기금운용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커뮤니티 차원에서 결정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Q. 국민연금, 전망 좋은 반도체주 매도하는 이유는?
=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애매한 것이 있다. 액티브 펀드매니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동안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면 액티브 자금이 더 많아서 이런 현상이 안 일어났겠지만 그동안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안 좋았다. 결국 자금의 주도권이 패시브로 넘어갔다. 패시브는 인덱스를 따라 사고팔기 때문에 반도체를 많이 파는 것보다 코스피를 판다고 보면 된다. 코스피에서 반도체의 비중이 30%나 되기 때문에 반도체주를 파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연기금의 자금에서 패시브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일정 부분은 액티브로 넘어가야 한다. 자본시장의 기능이라는 게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기업을 키워내야 하는 것인데 자금이 모두 패시브나 ETF로 가버리면 그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또 하나 문제는 공공기금 벤치마크를 평가할 때 코스피로 한다. 코스닥이 없다. 제가 CIO를 했을 때도 건의를 했다. 시가총액 비중만큼 코스닥을 넣자. 왜냐하면 그렇게 되어야 코스닥 시장에도 자금이 원활하게 들어가고 코스닥 신규업체도 생겨날 수 있다. 이런 건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Q. 3월 증시 전망과 필요한 전략은?
= 조금 용감하신 분들에게는 주식을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다. 이제는 사람들이 진짜로 경제가 좋아지는지, 실적이 좋아지는지 확인할 차례다. 돈을 푸는 것만으로 올라가는 장은 아니다. 그게 확인되는 시점은 1분기 실적과 지표가 나오는 4월이 될 것이다. 시장은 조금 더 미리 움직일 것 같다.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주식을 사기에 좋은 타이밍일 수 있다. 다만 급하게 사지는 마라. 3월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천천히 호흡을 갖고 가면서 매수 또는 매도의 관점으로 바라봐도 된다.
Q. 대형주의 하락...어떤 주식을 사야하나?
=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느냐? 첫 번째, 본인이 아는 주식을 사라. 두 번째, 자기가 아는 주식이 없다면 지금 좋은 산업의 업종 대표주를 사라. 세 번째, 그 중에서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 주식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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