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AWS 이끈 실력자
"리테일 아닌 서비스 기업"
'첫날의 혁신' 지속 가능성은
지난해 증시 활황을 이끌어온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 전자 상거래 시장의 약 40%,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30%를 쥐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아마존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아마존은 지난 달 실적 발표 당시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경영에서 물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기점으로 주가가 연일 하락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월가 투자은행들은 아마존 주식이 앞으로 4,200달러~5,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혁신적인 창업자도 떠나고 투자 환경도 불안한 지금 왜 아마존에 대한 기대가 계속 이어지는 걸까요.
● 미국을 삼킨 The United State of `Amazon`
"우리는 경쟁자를 보지 않습니다. 오직 고객만 생각합니다"
1995년 전자상거래 서점으로 세상에 등장한 아마존은 10년 가까이 적자를 감수하고, 낮은 영업마진을 고수하며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저렴한 물건을 검색하는 시간,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 등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모두 제거해 경쟁자를 압도한 겁니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주주 서한을 통해 매년 `고객 우선`에서 시작하는 혁신을 끊임없이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철학에 따라 서버, 기술개발, 인프라, 인력투자 등으로 아마존닷컴의 영업이익률은 5.2%에 그치지만, 현재 미국 내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점유율 38.7%로 나머지 사업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위치로 올라서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BOA메릴린치는 코로나19가 잦아드는 올해 아마존 전자상거래 부문 성장속도가 둔화될 수 있지만 시장 장악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아마존이 이렇게 20여년간 거침없이 출혈을 감수할 수 있었던 건 바로 2003년 내부에서도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평가하던 아마존웹서비스(AWS), 미국 성인 절반이 이용하는 아마존프라임 구독서비스 덕분입니다.
● 애플도 베끼기 힘든 수익구조…쇼핑·구독·AWS `세 개의 심장`
아마존의 사업구조를 보면 더 이상 인터넷 쇼핑, 리테일 회사로 부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플랫폼, 인공지능, 자율주행, 디바이스 개발, 스트리밍 게임 등 전방위적인 투자를 하고 있죠. 이러한 사업을 연결한 핵심 기술이자 주 수익원이 아마존웹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삼성전자, 배틀그라운드 심지어 미국 CIA까지 쓴다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2003년 아마존이 의류, 스포츠, 건강용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던 시기에 남은 내부 인프라를 통합할 목적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제프 베조스의 후계자로 지목된 앤디 재시가 직원 57명을 이끌고 시작한 AWS는 전자 상거래를 위해 구축했던 데이터센터를 나눠 초당 수백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빌려쓸 수 있는 사업으로 확장했습니다.
AWS는 지난해 431조원을 기록한 아마존 전체 매출의 11.7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의 51.9%를 차지할 만큼 높은 수익원입니다. 여기에 무료 배송을 내세운 아마존 프라임(전체 매출의 7.2%)은 미국 성인 인구 절반이 이용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아마존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애플보다 많은 영역에서 R&D 투자를 늘려나가고, CEO자리를 내려놓는 베이조스는 우주사업까지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서비스 기업이 된 아마존
아마존이 그동안 2인자였던 앤디 재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자상거래, 리테일을 기반으로 하던 기업이 본격적인 플랫폼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선언과 비슷합니다.
앤디 재시는 헝가리계 유대인으로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거쳐 1997년부터 아마존에 몸 담아왔습니다. 2003년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론칭하고, 아마존의 대외 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전면에 나서 베이조스의 그림자로도 불리는 인물입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AWS의 중요도와 재시의 이력을 보면 아마존의 전략적 무게 중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시장 전 세계 점유율 32%의 1위 사업자입니다. 하지만 초창기 40%가 넘던 것에 비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추격으로 점유율을 따라잡히고 있는 형국이죠.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미국 대표적인 기술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들이 클라우드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첨단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5G, 자율주행, 일상 곳곳을 파고드는 기술에 아마존과 기존 기술 기업들의 경쟁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베이조스가 떠난 아마존은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그동안의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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