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산장 100년, 역사속으로...새단장

입력 2021-03-06 07:55   수정 2021-03-06 07:58


100년 가까이 북한산을 오르내리던 산객들의 휴식처였던 백운산장이 지난 2019년 12월 2일 폐쇄됐다. 사진은 산장지기였던 김금자 할머니가 아쉬운 표정으로 현판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백운산장은 1924년 터를 잡은 뒤 지난 100년 가까이 수많은 등산 애호가들과 함께하며 북한산을 지켜온 산 증인. 1933년 석조 산장을 신축했고, 1942년 우물을 팠으며 1960년 단층 석조 건물로 확장 재건축했다.

산장이 폐쇄된 이유는 1992년 지붕이 불탔을 때 1998년 2층을 통나무로 증축하며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으면서 2017년이 되면 국가에 산장을 내놓는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산장 폐쇄 후 구조 보강과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새롭게 문을 열게 되는 시설에는 1층은 북한산 역사관·문화관, 2층은 특수 산악구조대 대기 장소로 운용될 예정이다.

산장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산장 내부는 과거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추운 겨울이면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주며 미소 지어 주던 산장지기 이영구, 김금자 부부의 모습도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다.

라면, 과자 등을 판매했었던 산장 매점(위) 자리에는 기념품 판매대(예정)가 설치됐고 산장 주인인 이영구 할아버지와 김금자 할머니가 거주했던 방은 창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음주가 허용됐던 시기에 산장 매점에서 판매하던 막걸리와 두부는 그 맛에 일부러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별미`였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공간은 이제 산장의 역사로 남아 전시되어 있다. 그저 산이 그곳에 있어 올랐던 `산객(山客)`들은 백운산장의 오붓한 공간에 모여 `산우(山友)`가 되어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우연히 오른 산에서 인연이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산악문화의 발상지`. 1층에 마련된 전시관에 백운산장을 규정한 글이다. 백운산장은 우리나라 1호 산장이자 국립공원 마지막 민간 산장이다. 100여 년을 지켜오면서 차곡차곡 쌓인 수많은 인생의 이야기들이 벽돌 한 장 한 장, 나무 틈 사이 사이에 남았던 곳이었다.

전시된 소박한 흑백사진 한 장 한 장에 우리 현대사가 우리 개인사가 담겨 있다.

다음날 멋진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서거나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거나 혹은 밤하늘 총총한 별을 보거나 야간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겨울밤 북한산을 찾은 이들은 백운산장의 2층을 기억할 것이다. 난방이 되지 않아 겨울 침낭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됐던 추운 밤, 나무 향 맡으며 코끝 시린 밤을 보낸 기억은 찾은 이들의 기억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산객들이 하룻밤 머물렀던 침실(위)은 특수 산악구조대 대기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제 그 공간은 따뜻한 온풍이 지켜주는 특수 산악구조대 대기 공간으로 활용된다. 특수 산악구조대는 이 공간에서 대기하면서 안전사고 및 구조활동에 나서게 된다.

새롭게 바뀐 공간은 아직도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라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백운산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산장의 역사를 이으면서도 등산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북한산 역사를 볼 수 있는 문화공간과 함께 대피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막바지 마무리 작업 중이다.

새로운 북한산의 얼굴로 탄생할 `백운산장`. 앞으로도 수많은 등산객의 새로운 안식처가 되길 기대해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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