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도록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소비자들.
이른바 ‘팬슈머’라고 부르는 이들이 소비 시장의 절대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너무 늦게 나와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선보인 ‘파 맛’ 시리얼.
농심켈로그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16년 만에 수용해 내놓은 제품입니다.
지난 2004년 열린 `첵스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파 맛의 표가 높게 나오자 회사측은 조사를 다시 해 결국 초코 맛의 승리로 끝냈습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고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이 올라올 만큼 `첵스 파 맛 사건`은 오랫동안 화제가 됐습니다.
1.2인 분의 비빔면과 빨대를 없앤 우유를 내놓게 된 것도.
새우깡 광고 모델로 비를 기용하고, 동원참치 광고에 펭수가 출연한 것도 소비자들의 요청에 기업들이 응답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제품의 탄생을 위해 기업의 공식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하는 소비자들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서용구 / 숙명여대 교수 : 예전에 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가 10이라면 소비자는 1~2로 정보 비대칭이 심했습니다. 요즘은 마니아의 경우, 소비자의 정보력과 지식이 기업 내 전문가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 현재는 소비자의 힘이 어느 때보다 막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업 입장에서도 이처럼 열정적인 팬슈머(‘팬’(Fan)+`소비자`(Consumer))의 의견을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했단 사실만으로도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매출 증대로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 김정연 / 고등학생 : "기분 되게 좋아요. 저도 좋아했던 과자가 나오면 신나요." ]
[ 이도영 / 대학생 : "(단종 제품 재출시로) 옛날 기분 느끼고 좋던데요. (SNS 발달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반영이 더 잘 되는 거 같습니다." ]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 왕따나 학폭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들을 광고계에서 줄줄이 퇴출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이들을 퇴출시키지 않으면 불매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기업들이 수용한 결과입니다.
[ 이찬호 / 직장인 : "죄값을 치러야한다고 생각해요. 컴퓨터나 SNS의 발달로 문제점도 빨리 공유되다보니 기업들도 소비자 눈치를 더 보는 것 같습니다." ]
일방적인 구매에서 벗어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동시에 간섭과 견제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들.
이제 팬슈머는 소비 시장을 이끄는 큰 트렌드가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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