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키워드는 `블라인드 맞아?` 입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말입니까?
<기자>
사실 나이, 학벌, 이런 거 안 본다는 채용 과정에서의 블라인드,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블라인드라는 영어 단어 자체도 눈을 가린다, 이 뜻이죠,
그런데 블라인드 앱, 이건 진짜 블라인드가 맞는 것 같아서 키워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앵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요새 부쩍 뉴스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죠.
<기자>
네. 사실 직장이라면 한 번 쯤은 회사에 대한 욕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앱에서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그 답답한 마음을 쓸 수 있는 겁니다.
회사 이메일 인증을 하면 들어갈 수 있고, 소속회사는 물론 동종업계 사람들과도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KBS 수신료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KBS 직원이 "부러우면 이직하라"란 얘기도 했었고,
카카오 직원은 인사평가에 불만을 갖고 유서와 비슷한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단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을 조롱하는 글이 화제였죠.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글의 게시자가 밝혀진 적은 없죠.
<앵커>
LH가 이번에 이례적으로 작성자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시관에 고발을 했죠?
<기자>
"투기는 LH만의 혜택이자 복지다", "꼬우면 이직하라"는 등의 글로 국민적 공분을 샀죠.
이에 LH가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 글로 인해 회사 명예가 실추됐고,
현재 사태를 수습하는 노력이 방해를 받고 있다며 고발장을 제출하기까지 한 겁니다.
하지만 수사는 쉽지 않을 겁니다.
최근 카카오 직원의 유서 사건이 있었지만 블라인드는 어떤 조치도 못 한 것으로 알려졌죠.
<앵커>
수사를 해도 게시자를 찾기가 어렵다고요? 어떤 이유 때문이죠?
<기자>
블라인드는 회원들의 데이터를 비공개 처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 인증에 쓰이는 이메일은 곧바로 암호화 되고, 계정과 이메일 사이의 연결고리는 사라지는 구조입니다.
심지어 블라인드도 누가 글을 올렸는지 알 수 없는데요.
블라인드 Q&A 페이지의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Q. 정말 익명인가요? A.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런 답변이죠.
<앵커>
심지어 블라인드 조차 누가 올렸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사태가 나올 줄 알았나 보네요.
상당히 치밀하게 만들어진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네이버와 티몬을 거친 문성욱 대표가 2013년 12월 창업했는데,
국내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미국에도 진출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도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를 비판합니다.
다만 블라인드의 지나친 익명성이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고,
성희롱, 타인이나 타사 관련 비방 등의 허위 정보를 거를 수 없다는 지적도 있죠.
<앵커>
나쁜 목적을 가지면 안 좋게도 쓰일 수 있다는 함정이 있는 건데,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 방법이 정말 단 한 가지도 없는 건가요?
<기자>
한가지 있습니다. 회사가 재직자의 블라인드 가입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이메일로 가입 인증코드를 요청하면 회사가 외부에서 오는 이메일 주소를 필터링해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보 보안이나 시스템 담당자가 블라인드 인증메일을 받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메일서버에서 취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하네요.
그러니 익명에 기대어 허위 정보 등을 유포하는 안 좋은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앵커>
허위 정보가 퍼질 수 있다면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 너무 신뢰해서도 안 되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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