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명의의 차명·재산 적발 어려워"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비리 사태 이후 친인척을 동원한 공직자 투기 의혹들이 불거진 상황에서 경기도의 시·군의원과 공직유관단체장 457명 가운데 30%가 가족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보를 통해 공개된 도 공직유관단체장 12명과 시·군의원 445명의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신고 사항을 보면 투기 의혹이 불거져 최근 시흥시의원 직에서 사퇴한 A씨는 딸이 소유한 시흥시 과림동 임야 130㎡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에는 이 땅을 신고했다.
A씨의 딸이 2018년 10월 매입한 이 땅은 신도시 개발 예정지 내에 속한데다 주변에는 고물상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어 도시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A씨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대표 권민식)으로부터 고발당해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경찰이 A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가 한창 이뤄지는 상황에서 문제의 땅을 재산신고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현행 공직자윤리법 때문이다.
이 법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독립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이 부양할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지거부)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독립생계 유지 사유로 딸의 재산을 고지거부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고지거부한 재산신고 대상자는 138명이나 돼 전체의 30.2%에 달한다.
이들이 고지거부한 전체 가족 수는 218명으로 평균 1.6명의 가족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의원은 모친과 아들, 손자 등 5명의 재산을 고지거부했다.
고지거부 사유는 독립생계 유지가 173명, 79.4%로 가장 많았고 사망 14명, 타인부양 9명 순으로 집계됐다.
장남, 차남의 재산을 고지거부한 한 시의원은 "재산신고가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필요한 서류도 많은데다 사회 초년생이라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아들들까지 등록대상에 포함할 필요는 없을 거로 생각해 고지거부 신청을 냈다"며 "재산을 숨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가족 5명의 재산을 신고 안 한 시의원은 "자녀들은 일찌감치 결혼해서 독립했고 모친도 분가해서 따로 살기 때문에 재산공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았고 본인들도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독립생계유지 명목으로 고지거부할 수 있는 소득은 도시지역 기준 1인 가구 월 109만 6천 원, 2인 가구 185만 원인데 이 기준을 통과한다면 고지거부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현 제도로는 차명재산 은닉 목적으로 가족 명의를 사용한 뒤 고지거부 하더라도 막거나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지거부 규정을 아예 없애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공직자 투기를 막기 위해 고지거부 요건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고지거부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24일 "국민의 명령은 공직자에게 더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라며 재산신고 대상자 확대와 고지거부 조항 삭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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