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70대 산부인과 의사의 성폭력 혐의와 관련,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가 합의금으로 10억6천700만달러(약 1조2천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USC가 학교 산부인과 의사 조지 틴들(74) 박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한 여성 700여명에게 합의금 8억5천200만달러(약9천653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캐럴 L. 폴트 USC 총장은 성명을 내고 "소중한 대학 구성원들이 겪었을 고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앞으로 나서준 분들의 용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폴트 총장은 "이번 결정이 학대당한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합의금과는 별개로 앞서 USC는 틴들에게 진료받았던 환자 약 1만8천명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한 합의금으로 2억1천500만달러(약 2천436억원)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USC가 틴들 박사의 범행과 관련해 지급하기로 한 합의금을 합치면 10억6천700만달러에 달한다.
피해자들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번에 USC가 지급하기로 한 성폭력 합의금은 대학이 피고인 소송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는 미시간주립대(MSU)가 체조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성폭력을 당한 300여명에게 지급한 합의금 5억달러(약 5천665억원)가 최대였다.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2019년 법을 개정해 성폭력 혐의 공소시효를 연장했기 때문에 이번 합의금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틴들은 2009∼2016년 저지른 성폭력과 관련해 35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징역 64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틴들은 합의에 서명은 했지만 합의금을 낼 의향은 없으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틴들 변호인은 "그는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답변했으며, 법정으로 가면 무죄임이 밝혀질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틴들의 성폭력 스캔들은 2018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틴들 박사는 1989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성폭력을 자행했으며, 가장 나이가 어린 피해자는 당시 17살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USC 로스쿨을 나온 오드리 나프지거는 이날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틴들 박사를 본 게 1990년"이라면서 "그 이후로 이 학교 여성은 모두 그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프지거는 "다른 사람들처럼 부인학과 시험이 어떤 건지 몰랐다"면서 "그가 문을 닫고 잠갔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뭘 알 수 있었겠나"고 밝혔다.
피해자 일부는 이날 틴들의 성폭력 혐의를 인지했으면서도 그를 해고하지 않은 USC 관계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6년 한 간호사가 `강간위기관리센터`에 틴들을 신고했지만, 그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고 이듬해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고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틴들은 2019년 9월 의사 면허증을 포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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