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대형 컨테이너선 좌초에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 피해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운하 양 끝에서 통행이 재개되길 기다리는 선박은 26일(현지시간) 237대로 전날 156대보다 81대 늘었다. 운하 안팎에서 대기하는 선박들에 총 120억 달러(약 13조5천780억 원)어치 화물이 실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 무역물동량 13%와 해상으로 운송되는 원유 10%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이러한 중요 무역로의 갑작스러운 폐쇄에 각국 수출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대니얼 할리드 부대표는 유럽 자동차·자동차부품업체와 제조업체들이 가장 타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에 부속품 재고를 두지 않고 공정에 맞춰 공급받는 `적시생산방식`(JIT)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드 부대표는 "48시간 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공급망에 추가적인 지연과 항만에서 정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이집트를 중동·아프리카 판매제품 생산기지로 삼은 아시아 소비가전업체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하면서 LG전자를 예로 들었다.
LG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파는 TV를 이집트에서 조립한다.
이에 LG전자 측은 현재는 인근 시장에 재고가 충분하지만 수에즈 운하 사태가 지속하면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아 외에도 수출기업들은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항로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해상운송을 하거나 항공운송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문제 등에 선택이 쉽지 않다.
다만 이 경우 해적의 위험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운송거리가 길어지며 비용도 길어지게 된다. 영국에 전기자전거용 리튬배터리를 수출하는 일본업체 `엔비전 AESC` 관계자는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운송하면 기간이 수주는 더 걸릴 것"이라면서 "운송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비용도 당연히 더 든다"라고 말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 해군의 준설작업 전문가들이 이르면 27일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수에즈 운하 좌초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해군 관계자들은 현장을 살펴본 뒤 이집트 당국의 복구작업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막사르테크놀로지/AP=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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