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올린 고강도 투기근절대책을 조만간 발표한다.
LH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공직자에 대해 더욱 엄격한 처벌 기준을 적용하되, 민간의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에도 엄벌 기조를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28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투기근절대책을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은 특히 공직자의 부동산 불법행위를 철저히 예방하고 강도 높게 처벌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 관련 부처나 공공기관의 직원은 고위공무원처럼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에는 경위와 자금 출처를 반드시 신고하게 한다.
나아가 업무 분야와 관련되는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아예 막는다.
그럼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처벌을 강화한다.
공공주택사업 관련자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은 몰수하고 해당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50억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을 때는 최대 무기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이익을 챙겼을 때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
만약 공공주택 관련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로 투기해 5억원의 이익을 챙긴 공직자가 있다면 최대 25억원의 벌금을 내고 징역까지 살게 되는 것이다.
LH의 경우 임직원은 물론 10년 내 퇴직자에도 업무 관련 미공개 정보를 부동산 거래에 이용하면 같은 처벌 규정을 적용한다.
부동산 정책 관련 공직자, LH 임직원뿐 아니라 정보를 받은 제3자도 같은 수위로 처벌하게 된다.
관련 법안(공직자윤리법·공공주택 특별법·LH법)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이런 대책은 차질없이 시행될 전망이다. 재산 등록 규정은 법 공포 후 반년 뒤부터, 처벌 규정은 법 공포일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리경영이나 공공성 등에 대한 배점을 높이고, LH 사태와 같은 `대형 사고`가 났을 때 더 많은 지표에서 경영평가 점수를 감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최악의 경우 기관장이 해임된다. 임직원은 성과급을 삭감당하거나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LH의 경우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수사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미 받은 경영평가 점수가 하락, 기존에 받은 성과급을 환수당할 수도 있다.
정부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부동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방안도 대책에 함께 담을 계획이다.
미공개 정보 이용 투기 등 부동산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는 토지·주택 관련 기관 취업을 막고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관련 자격증 취득도 제한할 전망이다.
부동산 정책을 펼 때 대상 토지 보유 기간에 따라 토지 보상을 차등화하고, 수도권 등의 토지에 대해서는 투기과열지구 주택과 마찬가지로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농지를 통한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비농업인이 소유한 농지에 대한 농업 경영 의무화와 관리·감독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적 공분을 산 LH를 수술대에 올려 조직을 축소하고 기능을 분리하는 등의 LH 혁신방안은 투기근절대책 발표 이후 시차를 두고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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