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과 달리 중동 문제에 시들한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이 파고 들며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 이스라엘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약해진 대서양 동맹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공백`을 틈타 중동 국가에 `코로나19` 백신 공급·경제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고, 예멘 내전·팔레스타인 문제 등 지역 현안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4일부터 사우디, 터키, 이란, UAE, 바레인을 잇따라 방문했다.
미국의 최대 적성국인 이란에서는 향후 25년간 포괄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5년간 이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는 대신 4천억 달러(약 452조원)를 이란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협정에 대해 NYT는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이란을 고립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 복귀를 놓고 이란과 거센 힘겨루기 중인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사우디 방문에서 왕이 부장은 알아라비아TV를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인사를 중국으로 초청하겠다"면서 양국의 대화를 주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멘 내전과 관련해서는 최근 사우디의 휴전 제의를 지지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예멘 내전 중단을 촉구한다"고 왕이 부장은 강조했다.
이번 순방에서 왕이 부장은 UAE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공급에 있어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걸프제약산업(GPI)은 중국의 시노팜 백신을 내달부터 UAE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왕이 부장의 이번 중동 순방을 두고 미국이 유럽과 나토 동맹을 강화하려는 가운데 중국은 이란 등과 밀착해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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