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가성비로 한국시장 재도전
120Hz·AMOLED로 업그레이드
'중국폰' 최대 약점 극복할 수 있나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지난해 국내에도 출시된 홍미노트9S를 설명할 때 카메라 하난 `대륙의 실수`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대륙의 실수는 중국산치곤 품질이 우수하거나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26만 원대에 4,800만 화소, 4K 30프레임 동영상, 야간 모드 등을 탑재한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스펙은 높았지만 홍미노트9S의 판매량은 부진했습니다. 이동통신사 물량 한정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컸습니다.
`외산폰의 무덤`을 경험한 샤오미가 다시 한 번 홍미노트로 한국에 도전합니다. 31만 원 홍미노트10 프로와 21만 원 홍미노트10이 새롭게 출시됩니다.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홍미노트10 시리즈를 한국에 출시한 배경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제품의 세세한 디테일과 가격, 가치에도 관심이 크다"라며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도가 강하기에 샤오미의 수요와도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조사들의 보급형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산`이라는 최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매력이 존재할까요.
● 가벼워진 무게…버벅거리지 않는 120Hz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홍미노트9S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국내 소비자에겐 거부감이 드는 후면 카메라 디자인과 209g에 달하는 무게의 무거운 제품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감안하면 이해되지만 5~10만원 더 주고 갤럭시A31 같은 국내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나아보였습니다.
홍미노트10 시리즈는 가벼워졌습니다. 일반 모델 무게가 178g, 프로는 193g 입니다. 화면은 평평한 플랫형인데 반해 후면은 굴곡이 있는 엣지형이어서 손에 쥐는 `그립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제품별로 사이즈 차이가 있지만(프로: 6.67인치, 일반: 6.43인치) AMOLED 화면(해상도: 1080 × 2400)을 썼습니다. LCD 화면을 사용한 샤오미 저가형 모델들이 대체로 흰 바탕화면에서 물이 빠져 보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OLED를 사용하면서 보기 편한 화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프로 모델은 120Hz 화면주사율을 지원합니다. 최근에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A32가 90Hz를 탑재했다는 점에서 좀 더 부드러운 화면을 구현하는 건데요. 100만 원 이상 플래그십 제품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버벅거림없이 꽤 자연스러운 화면을 보여줍니다.
다만 신제품에서도 후면 카메라 디자인은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서 카메라 렌즈 배열이 특이합니다. 프로 모델 기준, 메인카메라가 맨 위에 있고 접사 카메라와 심도 센서가 나란히 배치돼 있습니다. 초광각 카메라는 다시 그 밑을 차지하고 있죠. 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것을 말하는 이른바 `카툭튀`는 심하지 않지만 프로 모델은 1억8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일반 모델에 비해 카메라가 더 튀어나와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점에서 카메라 렌즈 배열이 깔끔한 갤럭시A32의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디자인`은 구매를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홍미노트10 시리즈는 다양한 색상에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갤럭시 A시리즈에 비해 (적어도 국내에선)겉모습에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 갤럭시·아이폰 아니어도 쓸만할까
샤오미의 UI(유저 인터페이스)는 갤럭시나 아이폰을 쓰던 소비자가 샤오미 제품을 쓰기 꺼려지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갤럭시의 원UI나 아이폰의 iOS에 비해 세련돼 보이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11 기반 운영체제(OS)를 사용하기 때문에 `Nearby Share` 등 비슷한 기능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미UI11에서 미UI12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디자인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울트라 배터리 절약 모드 등 여러 기능들이 추가됐습니다.
블루라이트를 완화시키는 필터(시력보호 모드)나 화면을 어둡게 쓰는 다크모드, 화면녹화 기능 등 평소에도 활용도가 높은 기능들은 대부분 지원합니다. 잠금화면에서도 화면을 보여주는 AOD(Always on Display)나 화면 배색방안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갤럭시A32처럼 방향센서, 자이로스코프, 지자기센서도 모두 탑재돼있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할 때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미노트10 프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732G 일반 모델에는 스냅드래곤678이 적용됐습니다. 스냅드래곤732G는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홍미노트9S에 들어간 스냅드래곤720G의 개선 버전입니다. CPU 성능과 GPU 성능이 나아졌지만 일상생활에서 느껴질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스냅드래곤678을 탑재한 일반 모델은 이에 비해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다는 점입니다. 전작에서 제품 하단부에서만 소리가 나오는 모노 스피커를 적용했었는데요. 이번엔 스피커를 상단과 하단에 배치해 양쪽에서 들려줍니다. 일반적으로 50만 원대 이하 제품에선 스피커를 하나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소리와 울림이 제법 큰 편입니다.
● 31만 원 제품에 들어간 1억800만 화소 품질은
국내에 출시된 홍미노트10 프로는 일부 해외국가에서 홍미노트10 프로 맥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1억8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서 지난해 플래그십 기종이었던 갤럭시S21 울트라에 처음 탑재돼 주목을 받았던 고화소 카메라입니다. 삼성전자의 아이소셀 HM2 이미지센서(0.7μm 픽셀)를 적용했습니다. 갤럭시S21 울트라에 들어간 HM3의 한 세대 이전 버전으로 31만원대 제품에 들어갔다는 게 눈에 띕니다. 1억800만 화소는 따로 지정된 버튼을 통해 작동합니다. 기본값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1,200만 화소로 찍습니다.
주간 환경에서 1억800만화소 카메라 품질은 우수한 편입니다. 샤오미 제품 특유의 진한 색감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흔히 ‘쨍하게 나온다’라고 표현하는 색감이죠. 갤럭시A32에 들어간 6,400만 화소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확대해 보면 더 높은 화소를 지원하는 홍미노트10 프로의 질감이 좋습니다. 홍미노트10 일반 모델은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촬영 방법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사진이 상대적으로 붉게 나타납니다. 홍미노트10 프로의 카메라가 가장 선명한 사진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미노트10 프로와 일반 모델, 그리고 갤럭시A32 모두 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차이점은 화각입니다. 샤오미 제품들은 117도 화각인 반면 갤럭시A32는 최대 123도 화각을 지원합니다. 실제 사진을 비교해보면 홍미노트10 프로에 찍힌 피사체가 조금 더 큽니다. 이와 반대로 갤럭시A32의 피사체는 작죠. 갤럭시A32의 사진 화각이 넓다보니 피사체가 작은 모습입니다. 두 제품 모두 플래그십 기종이 아니어서 초광각 사진 양 끝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야간 모드에선 홍미노트10 프로의 결과물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주간에는 강력한 카메라 성능을 뽐냈지만 야간 환경에선 밝기가 갤럭시A32 대비 다소 어두웠습니다. 야간 모드의 목적이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제공하는데 있다는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습니다. 홍미노트10 프로는 야간모드 2.0을 새롭게 탑재했지만 홍미노트9S의 야간모드와 비교했을 때 크게 개선됐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이밖에 짧은 동영상 .`클론` 등 최근 유행하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에 맞춘 기능들이 프로 모델에 추가됐습니다. 동영상은 프로, 일반 모델 모두 4K 30프레임까지 지원합니다.
삼성페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이폰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지도 않는 샤오미 스마트폰입니다. 이 가격에 이 스펙이? 라며 감탄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국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해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샤오미도 그점을 인식해 해외에선 홍미노트10 프로 맥스라는 이름의 최고 등급 제품을 우리나라에선 `프로`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습니다. 높은 스펙에 합리적인 가격을 꾸준히 제시한다면 승부를 볼 수 있단 자신감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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