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지상도로에 택배차량 출입이 금지되자 배송기사들이 정문 근처에 택배를 쌓아놓아 택배 물품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약 5천세대 규모인 강동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이달 1일부터 통제를 시작했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배송기사는 물론 일부 주민까지 차량 통제에 반대하고 나서 과거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나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벌어진 `택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아파트 측은 긴급차량과 이사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 택배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높이인 2.3m보다 높아 아예 단지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
이에 지난 2일 오후 A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 앞에는 택배 상자 1천여개가 쌓였다. 전날부터 3개 택배사 탑차 4대가 입구 앞에 택배를 내려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이 아파트 입구까지 택배를 직접 받으러 나오는 수고로움은 물론, 물품 손상이나 분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택배기사는 아파트 측이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차량으로 바꾸라는 요청을 했지만 사비 수백만원과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차를 개조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각 동 근처 도로에 차를 세우고 배달할 경우 불법주차로 교통범칙금을 내게 될 우려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련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말 단지 내에서 택배차가 아이를 칠 뻔한 적도 있었고, 택배차가 자주 다니면 보도블록이 파손돼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 주민들이 판단한 것"이라며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지침에 협조하지만, 일부 기사만 `배짱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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