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슈퍼컴퓨터…美, 중국 기업 7곳 무더기 제재

입력 2021-04-09 14:16  


미국 상무부는 8일(현지시간) 중국 슈퍼컴퓨터 운영 기관과 관련 기업 등 총 7곳을 미국과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의 슈퍼컴퓨터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반하는 활동에 쓰이고 있다는 이유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고객사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국의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를 제재 목록에 올렸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업체들로까지 제재 외연을 넓힌 것이다.
특히 산둥성 지난(濟南), 광둥성 선전(深?), 장쑤성 우시(無錫), 허난성 정저우(鄭州)에 각각 위치한 4곳의 국가슈퍼컴퓨터센터 외에 중국의 주요 CPU 업체인 파이티움(飛騰·페이텅)과 선웨이(申威) 양사가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파이티움과 선웨이는 모두 CPU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사다. 일반 PC와 서버뿐만 아니라 중국 기관들이 운영하는 주요 슈퍼컴퓨터에도 CPU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선웨이는 중국이 100% 자국 기술로 구축했다고 선전하던 우시의 슈퍼컴퓨터 선웨이·타이후즈광(神威·太湖之光)에 CPU를 공급한 업체다.
이번 제재의 효과가 가시화하면 중국이 슈퍼컴퓨터에 증설이나 운영에 필요한 CPU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앞선 화웨이(華爲) 제재 사례가 보여줬듯 미국 상무부의 제재 목록에 오르는 것은 세계 반도체 산업 사슬에서 `파문`당해 배제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에 파이티움과 선웨이 등 중국 팹리스 업체들이 여러 면에서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당장 파이티움과 거래하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사인 대만 TSMC는 8일 늦은 밤 성명을 내고 "수출 통제 규정을 반드시 집행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제재를 즉각 이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은 팹리스 사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주문을 받아주지 않으면 제품 생산을 전혀 할 수 없기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중국에도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도 미국의 추가 제재를 두려워해 이미 화웨이 등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국 기업과 거래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중국의 슈퍼컴퓨터를 정조준한 이번 제재의 목적이 중국군의 현대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재의 사각을 통해 자국 첨단 기술이 패권 경쟁국인 중국의 군사 능력 향상에 쓰이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파이티움은 특히 최근 미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직접적인 연계 의혹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업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익명의 전직 미국 당국자 등을 인용해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파이티움이 극초음속 무기 연구개발에 쓰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공기동력연구개발센터(CARDC)의 슈퍼컴퓨터에 반도체 칩을 납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최대 5배 속도를 내, 발사 준비부터 수 시간 안에 전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 각국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어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도 불린다.

WP는 파이티움 반도체 제품이 들어간 CARDC의 슈퍼컴퓨터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받게 되는 열을 측정하는 시뮬레이션 실험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음속의 10배 속도를 내는 초음속 미사일인 DF-17을 대만해협 인근에 이미 배치한 상태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무기는 항공모함 등 미국 해상 전력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처럼 중국군이 각종 첨단 무기를 확보하면서 전력을 강화함에 따라 미국 조야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자국이 더는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의 유산인 상무부 블랙리스트 제재를 처음 가동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수개월 동안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으로 중국 기업과 기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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