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사면"·吳 "재건축"…문 대통령, 野 시장들과 터놓고 대화

정원우 기자

입력 2021-04-21 17:58  

오세훈·박형준 시장 불러 靑 오찬
문 대통령 초청에 野 시장들 수락
靑 관계자 "분위기 너무 좋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했다. 취임 후 야당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별도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두 시장을 초청하고, 두 시장이 흔쾌히 응해 성사됐다. 4·7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고 두 거대 도시 수장들과 국가적 문제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하기 위한 `협치의 자리`로 마련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두 분(오세훈·박형준)도 식사 내내 예의를 갖추셨고, 대통령께서도 눈을 마주치면서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다 들으시고, 또 굉장히 진지하게 본인 생각을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 `MB·朴 사면론`에 "국민공감대 고려해야"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직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사면`이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사면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두 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걱정하면서도 `국민공감대`와 `국민통합`을 전제 조건으로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 되도록 작용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연초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답변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사면을 둘러싸고 또 다시 극심한 국론에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 吳 "재건축 완화"…文 "가격 상승 부추길수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전진단을 강화했는데, 이게 사실은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오 시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방문한 경험을 직접 전했다. "겉으로는 살만해 보이는데 실제로 집안에 들어가 보거나 상가를 가보면 생활이나 장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폐허가 돼 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현장 방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겨올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낭비 아니냐"고 먼저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 그리고 최근의 공급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며 "국토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수용했다.

또 신임 국토부 장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간 개발을 억제하거나 못하게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했다. (청와대 제공)

● 백신 접종·남북 올림픽…다방면 논의

백신 접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11월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특히 상반기에 1,200만 명 플러스 알파(+α)는 차질없이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질병청이 명단을 정해서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이어서 속도가 잘 안 났는데, 이제는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선정하고 방역 당국은 물량을 공급하는 식으로 바꿀 생각"이라고도 전했다.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 추진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에 이번 도쿄올림픽에 북한이 최종 불참하게 되면, 끝내 불참하게 되면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고 봐야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의 최종 선택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며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여하면 모멘텀이 생길 수도 있고, 서울-평양 공동 주최도 여지가 남아 있어서 현재로서는 경합 상태인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만약에 안 되면 지금 순서가 아시아 순서이니 서울이 단독이라도 개최를 추진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공동 개최는 되어야 되는 것이니까 보너스로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서울 유치하고, 그 이후에 평양을 설득해서 공동 개최하는 것도 검토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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