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 살해 남동생 "외박 잦았다"…경찰도 속여

입력 2021-05-03 15:46  


친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가 4개월 만에 붙잡힌 20대 남동생은 올해 2월 가출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 수사관들을 완벽히 속여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A(27)씨는 그의 부모가 올해 2월 14일 인천 남동경찰서 한 지구대에 누나 B씨에 대한 가출 신고를 하자 자택에서 현장 조사를 받았다. A씨는 당시 사라진 누나 B씨와 함께 살던 유일한 가족이었다.

경찰은 2월 14일 오후 2시 24분께 이들 남매의 어머니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받고 같은 날 오후 8시 넘어 수사관들이 A씨가 사는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 찾아갔다.

A씨는 "누나가 언제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갔느냐"는 경찰 수사관들의 물음에 2월 7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수사관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2월 6일 오전부터 7일 오후까지 녹화된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A씨와 함께 3시간 넘게 돌려봤으나 B씨가 나온 영상을 찾지 못했다.

수사관들이 "2월 7일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A씨는 "2월 6일 새벽"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평소 누나가 외박을 자주 했다"며 "외박한 사실을 부모님에게 감춰주기 위해 2월 7일에 집에서 나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자정을 넘겨 문을 닫자 누나의 가출 시점이라며 A씨가 재차 번복한 2월 6일 새벽 CCTV 영상은 확인하지 않고 철수했고, 이후에는 더는 CCTV 영상을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이 집에 다녀가고 이틀 뒤인 2월 16일 오전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을 수사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그가 같은 날 오전 5시 22분께 누나로부터 받았다는 카톡 메시지에는 `너 많이 혼났겠구나. 실종 신고가 웬 말이니.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고 적혀 있었다. 며칠 뒤 카톡 메시지에는 A씨가 `부모님에게 남자친구 소개하고 떳떳하게 만나라`고 하자 누나는 `잔소리 그만하라`고 답장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 수사관들을 감쪽같이 속인 이 카톡 메시지는 A씨가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혼자서 주고받은 대화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누나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까지 속여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를 지난달 1일 취소하게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 시간대에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인 30대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누나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같은 달 말께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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