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는 `홍길동의 모험` 입니다.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 다들 아실 겁니다.
그간 홍길동처럼 `매도`를 `매도라` 외치지 못했던 증권가에서
`팔아라`를 외치는 모험을 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키워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앵커>
매도를 매도라고 하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보고서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10대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단 0.3%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증권사들은 대부분 매수, 그러니까 `사라`는 말만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니면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 주가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는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앵커>
매번 주로 사라고만 말하던 증권사들이 이례적으로 팔라는 보고서를 냈다고요?
배경이 궁금해지는데, 일단 어떤 종목들이 있었습니까?
<기자>
보시는 것처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한화생명, HMM, 팬오션, 롯데제과, 에스오일, 삼성중공업 등이 있죠.
DB투자증권은 한화생명을 두고 "기준금리를 네 차례 정도 인상할 가능성을 선반영했다"며
노골적으로 `팔아라"라는 매도 보고서를 내기도 했고요.
나머지는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 주가를 제시하면서 우회적으로 `매도`를 말한 것들인데,
롯데제과나 HMM 등의 경우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나, 컨테이너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가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주가가 더이상 싸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갑자기 왜 매도를 외치기 시작한 거죠?
<기자>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부쩍 커진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목 보고서는 대부분 무료로 볼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지침서로 통하는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팔 때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까지 재개됐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시기기도 하죠.
여기에 지난해 `불장`을 지나면서 종목 별로 급격히 상승한 경우가 많은 만큼,
매도 보고서의 등장이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앵커>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증권사들이 주로 사라는 위주의 보고서를 냈다는 걸 이미 체감하실 텐데,
그간 왜 그랬던 걸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암묵적인 관행이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매도 리포트를 내면 기업들이 애널리스트의 탐방을 거부하는 등 리서치 활동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법인 자금 운용이나 인수합병(M&A), 상장 업무 등을 따내야 하는 만큼,
기업이나 타 부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도 매도 의견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내는 `중립`, `보유` 등의 의견은 매도 신호로 해석돼 왔습니다.
<앵커>
외국계도 마찬가지 상황인가요?
<기자>
외국예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매수 의견을 냈다가 시장이나 기업 상황이 변하면 투자자들에게 `탈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목적인데요.
3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국내 증시에서 메릴린치는 전체 리포트 중 21.4%에 매도 의견을 냈고,
모건스탠리는 매도 의견 비율이 15.2%, 골드만삭스는 13.5%, 노무라는 11.4% 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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