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대출규제·손실보상제 '엇박자'
부동산정책과 가상화폐, 손실보상제 등 민생과 직결된 정책을 놓고 여당 내부 또 당정 간의 혼선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으면서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권 말 격화하는 정책 혼선과 분열이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지 우려가 제기됩니다.
강미선, 조현석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4.7 재보궐 선거 이후 부동산정책 전면 수정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두 달 만에 가까스로 결론을 냈지만,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완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첨예한 쟁점이었던 종합부동산세는 `상위 2%` 부과로 조정한다는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냉엄한 비판이 있었고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국민들의 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대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당내 노선 갈등 양상까지 보이며 어렵사리 의견을 모았지만, 앞으로 남은 당정 협의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면서도 기존 정책방향을 유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 기존 부동산정책의 큰 골격과 기조는 견지하되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민의수렴과 당정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내달까지 모두 결론 내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해나갈 것입니다.]
이처럼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사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잠시 주춤하다 다시 2·4 공급대책 발표 전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시민들의 불만도 같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오진일/서울 강동구: 1가구 1주택인데요. 과도한 집값 인상 정부에서 종부세를 매긴다는 것은 주거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부담이 되니까…]
[서재영/서울 동작구: 요새 집을 계속 찾아보고 있는데 부동산 문제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랐잖아요. 대출 끼고 사더라도 한계가 있고 내집구하기가 남 일인 것 같아요.]
한국경제TV 강미선입니다.
<기자>
부동산 정책 뿐 아니라 가상화폐 문제를 놓고도 당정은 반으로 갈렸습니다.
[은성수 / 금융위원장: 잘못된 길로 가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모든 걸 다 챙겨줄 수 없지 않느냐]
[이용우 /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상자산 더 이상 외면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2018년 가상화폐 사태 이후 정부의 감독 기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지만, 이같은 엇박자에 3년째 주무부처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면서 투자자 보호에 나서는 것과 대비됩니다.
당정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암호화폐 가격은 한달 만에 30%나 급락했습니다.
내년부턴 가상화폐로 올린 소득에 대해 지방세까지 포함해 22%의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는 소홀한 채, 세금만 거두려 한다는 겁니다.
[이소은 / 서울 강서구 가상화폐들이 사이버머니잖아요. 진짜 돈으로 와닿지 않아서 세금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세금을 갑자기 내라고 하면 그걸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신 분들이 당황해하시지 않을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무주택자 대출 규제,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 등 민생과 직결된 주요 정책들도 당정 간 엇박자 속에 표류 중입니다.
[박형수/연세대 경제학과 객원교수(전 통계청장) :정권 말기이기 때문에 정부의 국정 장악 역량이 떨어진 것이죠. 청와대와 정부 중심의 정권 운영에서 어떻게 보면 여의도로 그 힘이 옮겨간 것이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경제사회에 대한 대응역량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권 말로 갈수록 커지는 당정 간 갈등이 각종 경제정책에 차질을 빚고, 경제 불확실성을 키워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
<앵커>
그럼 당정간 정책 조율 과정이 왜 국민 혼란을 키우는 것인지 정치경제부 강미선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민생과 직결된 각종 경제 정책을 놓고 여당 내부에서, 또 당정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번엔 되레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기자>
네, 당정의 미숙한 정책조율이 자칫 경제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시면요.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10% 높아지면 주가가 1.6% 하락하고 설비투자는 0.3%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불협화음이 커진 지금이, 정권교체기라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대외변수 영향이 컸다고 하지만, 1990년대 IMF위기, 2000년대 카드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경제를 강타한 위기는 대부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찾아왔는데요.
지금의 정책 혼선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당정간 불협화음이 어떻게 경제 위기로 이어지나요?
<기자>
가계나 기업과 같이 경제주체들은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소비와 투자계획을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어려움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로 상향 조정되면서 경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면서 대외환경이 점점 악화하고 있기에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책혼선과 갈등, 국민분열이 커지면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앵커>
어떤 부분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인데요.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여당에선 부과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부자감세라는 반발이 나오자 정부는 다시 결정된 것이 없다며 한발 물러서면서 갈지자 행보를 보였습니다.
가상화폐 같은 경우는 현재 담당 부처도 없는데 내년부터 세금을 거두려고 해 혼선을 주고 있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 역시 여야와 정부 간의 입장 차로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정이 의견이 갈리는 건 명확한 목표나 방향성을 통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투기수요 억제나,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와 같이 가치 충돌이 발생하는 점에서 당정이 중심을 잡고 일관성 있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강미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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