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1년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식 시가총액이 크게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시총 1, 2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1년 전 근소했던 두 회사간 시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코로나19와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 시스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가치도 차등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가 CEO스코어와 함께 글로벌 매출 10대 반도체 기업(IC인사이츠 집계 기준)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TSMC의 시총(27일 종가, 미국 달러 환산 기준)이 5천432만9천300만달러(약 605조7천717억원)로 1년 전(2천767만8천100만달러)에 비해 96.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2배로 불어난 것이다.
TSMC는 지난해 중국 화웨이 제재 등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파운드리 부문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통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TSMC의 매출은 129억달러(약 14조4천억원)로 삼성전자(19조원)보다 낮았지만, 영업이익은 53억6천만달러(약 6조원)로 삼성전자(3조3천7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도 TSMC가 54%, 삼성전자가 17%로 전년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차량용 등 시스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이후 파운드리 전문 기업인 TSMC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6개의 첨단 파운드리 팹을 짓기로 하는 등 연일 공격적인 투자 계획까지 발표하며 단일 파운드리 기업이 종합반도체회사(IDM)의 성장세를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연말 역대급 특별배당으로 500만 개인 주주 시대를 연 삼성전자는 시총 475조1천900억원(약 4천254억2천만달러)으로 2위 자리를 지켰다. 1년 전보다 59.5%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요 증가, 배당 정책 확대,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주가가 9만원을 넘으며 `10만 전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구속,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셧다운, 1분기 반도체 실적 부진 등을 겪으며 최근 주가가 8만원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 사이 TSMC와 삼성전자의 시총 격차는 지난해 100억9천100만달러에서 현재 1천178억8천300만달러로 벌어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시총이 TSMC를 107억달러 이상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TSMC의 무서운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시총 3위는 미국의 팹리스 기업 엔비디아로 3천855억7천9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래픽 반도체 전문 회사에서 최근 중앙처리장치(CPU)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미국 반도체 시총 1위 기업으로 1년 새 주가가 81.8%나 급등하며 삼성전자를 무섭게 뒤쫓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밀려 전체 시총 4위로 쳐진 `반도체 황제` 인텔은 최근 1년 새 글로벌 매출 1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시총이 감소했다.
7나노미터(nm) 이하 CPU 생산이 지연되고, AMD·엔비디아 등 경쟁사로부터 점유율을 뺏기는 양상을 보이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최근 비주력인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은 오히려 주가 약세를 부채질했다.
미국의 광대역 통신망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시총 1천909억5천500만달러로 1년 새 65.2% 상승해 5위를 기록했고, 이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1천746억6천600만달러), 퀄컴(1천507억4천600만달러), 마이크론 테크롤로지(941억2천만달러)의 순으로 시총이 높았다.
SK하이닉스는 1년 전 530억5천200만달러에서 현재 817억9천400만달러로 54.2% 증가해 매출 10대 기업 가운데 시총 순위 9위를 기록했다.
대만의 통신 반도체 제조 기업인 미디어텍은 532억6천800만달러로 10대 기업중 시총이 가장 낮았지만, 1년 전보다 100.3%나 뛰어 상위 10개 기업중 시총 상승률은 1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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