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입 생존' 남성, 20년전 비행기 추락사고서도 생존

입력 2021-06-13 16:37  


거대한 고래의 입에 들어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 나온 미국 어부가 20년 전 비행기 추락사고에서도 목숨을 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는 전날 고래 입에서 탈출한 매사추세츠주 주민 마이클 패커드(56)가 20년 전 비행기 사고 생존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지역신문 케이프코드 타임스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패커드는 2001년 11월 29일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중미 코스타리카에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지만 패커드를 비롯한 승객 5명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패커드는 얼굴에 중상을 입고 팔다리 여러 곳이 부러졌고, 나머지 생존자들과 밀림에서 이틀을 보낸 후에야 구조됐다.
이들을 치료한 의사는 "하루라도 늦었으면 이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 신문에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패커드 가족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문의한 결과 당시 생존해 신문에 난 인물이 이번에 고래 입에서 살아나온 남성과 같다고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죽음을 두 번이나 피해간 패커드는 전날 미 CBS방송에 고래에 삼켜졌던 아찔한 순간 들었던 생각을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오, 신이시여. 내가 고래 입에 들어왔는데 얘가 날 삼키려 하는군. 이게 끝인가보다. 내가 곧 죽는구나.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네" 싶었다고 말했다.
패커드는 여느 날처럼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물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순간 큰 충격을 느꼈고 모든 게 어두워졌다"면서 처음에는 상어에게 공격받은 줄 알았다고 전했다.
다만 손으로 주변을 더듬었을 때 이빨이 느껴지지 않아 고래에게 삼켜진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패커드는 삼켜진 순간 자신의 생사가 고래에게 달렸다는 점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큰 동물을 이길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고래는 날 갖고 하고 싶은 대로 할 터였다. 밖으로 내뱉거나 삼키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다만 긴박한 상황에서도 잠수 탱크로 숨은 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숨이 쉬어지네. 공기가 바닥날 때까지 이 안에서 숨 쉬고 있으려나"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곧 고래는 패커드를 뱉어냈고, 그는 보트에 타고 있던 동료들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순간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고, 내가 허공에 떴다가 다시 물에 내려앉았다"며 "나는 풀려났고 지금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패커드는 고래 입속에 30초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나왔을 땐 다리가 부서졌을까 봐 걱정했지만 검진 결과 타박상 외에는 큰 상처가 없었고 몇 시간 만에 그는 퇴원했다.
고래 전문가인 필립 호어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당시 고래도 아마 매우 놀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고래는 전면 시야가 좁아서 패커드를 보지 못했을 테고, 까나리 등을 삼키려다가 실수로 사람도 들이마셨을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고래 식도에는 멜론보다 큰 음식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고래도 `패닉` 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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