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붓고 원금도 못 찾아…'애물단지' 종신보험
"팔면 끝" GA '불완전판매 주범'…손 놓은 당국
금융위가 종신보험 변칙판매 허용…예고된 참사
<앵커>
현명한 소비를 위한 지침서,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앞서 영상을 보니까 억울하게 보험에 가입한 사례 같네요?
<기자>
`저축+보험+연금`을 한 상품으로 모두 보장, 초저금리 시대에 필요한 재테크 상품
누가봐도 혹할 만한 상품이죠.
하지만 실상은 저축보험이 아닌 사망해야 보험금을 지급받는 종신보험이었습니다.
10년 넘게 붓고 원금도 못찾는다는 바로 그 `애물단지` 보험을 저축과 연금보험이라 속여 가입시켰는데요.
피해자는 분통을 터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소비자 뒤통수 치는 보험설계사, 그리고 뒷짐만 지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먼저, 종신보험이 정확히 뭐길래 그러는 거죠?
<기자>
사망을 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성보험입니다.
보통 40대 이후의 가장이 사망할 경우 고액의 사망보험금으로 유족들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험인데요.
종신보험을 저축 또는 연금보험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때문에 금융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완전판매 보험 10개 중 7개가 종신보험일 만큼 `악성 상품`입니다.
<앵커>
상당히 심가한 문제인데, 일단 어떤 피해가 우려되는지 알아볼까요?
<기자>
무엇보다 월급을 불려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과 종신보험이 불필요한 비혼자에게도 마구잡이로 판매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합니다.
과거에는 경찰 148명에게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팔았다가 대량 민원이 발생한 적이 있고, 약사들에게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경찰과 약사들 조차 당할 정도면 수법이 상당히 교묘한 모양입니다.
<기자>
종신보험이라고 하면 가입을 안 할거 같으니 단점은 다 빼고 `보장도 받고 연금도 받는다’며 장점만 과대 포장해 설명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피해자처럼 웨딩박람회나 회사 워크숍, 베이비페어 등에서 빠르게 상품을 설명한 뒤 가입을 유도하는 건데요.
대충 상품의 좋은 점만 10분~20분 정도 설명한 뒤, 한 두장의 종이에 가입자 서명을 받습니다.
보험 가입할 때 사실 정말 많은 서류 다 읽어보고 사인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경우, 서류 전부를 보여주지도 않고 보험 가입을 마무리 짓는거죠.
그리고 종신보험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서류 부분은 나중에 설계자가 가입자 대신 서명하는 식입니다.
<앵커>
당연한 불법아닌가요?
이러다 걸리면 앞으로 영업하기 힘들어질텐데 왜 이렇게 파는 겁니까?
<기자>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의 주범인데요.
이들 GA 소속 설계사들은 규제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속여 팔고 있는겁니다.
보험업법 규정에 따르면 대리점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더라도, 일차적인 배상 책임은 대리점이 아닌 보험사에 있습니다.
게다가 대리점은 보험사와 달리 소송 등에 대한 공시 의무도 없기 때문에,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막무가내 영업이 지속되는 겁니다.
실제로도 GA 소속 설계사의 생명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보험사 전속 설계사의 5배에 달합니다.
<앵커>
판매는 하는데 책임은 안지는 보험대리점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고, 그런데 유독 종신보험만 이렇게 팔리는 건 왜 그런계요?
<기자>
종신보험은 가입자에겐 독이지만 보험설계사들과 보험사 돈벌이엔 좋은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보험료 구조를 살펴볼까요? 보험사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설계사 수당과 운영비 등 사업비를 제한 나머지만 적립을 합니다.
즉 사업비가 클수록 보험 적립금이 적을 수 밖에 없는데요. 종신보험은 사업비가 30%에 달합니다.
<앵커>
사업비로 30%나 떼간다고요?
<기자>
다른 보험료는 사업비가 8~15%에 불과하니깐, 사실상 3배 수준이죠. [연금 보험(10~15%) 저축성보험(8~10%)]
월 30만 원씩 붓는 종신보험을 들었다면 사업비 30% 떼이고 21만 원만 적립되는 겁니다.
이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과 보험사 운영비에 쓰입니다.
종신보험이 다른 보험보다 사업비가 높다보니 설계사들에게 주는 수당도 높겠죠?
설계사들 이익이 크니 소비자들에게 속여서까지 종신보험을 열심히 판매하는 겁니다.
<앵커>
보험료는 30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쌓이는 돈은 21만원에 불과하다, 손해가 막심한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적립금이 적다보니 설령 연금으로 받더라도 연금보험의 76% 정도에 불과합니다.
40세 남자가 20년간 매월 26만원을 납입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연금보험은 매년 344만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연금 전환 시 매년 263만원을 수령합니다.
생명보험사가 사업비로 더 떼 간 만큼 연금액이 적어지는 건데요. 매년 81만원이나 적게 받게 됩니다.
이렇게 연금을 10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금으로 전환한 종신보험 연금액이 연금보험보다 810만원 더 적습니다.
<앵커>
소비자가 뒤늦게 알고 중도 해지를 하게 되면 돌려받을 수는 있습니까?
<기자>
받을 수는 있는데, 사업비를 많이 떼다보니 10년 이상 부어도 해지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10년이면 아주 오랫동안 부은건데도 말이죠.
그런데도 워낙 잘 모르고 속아서 가입하다보니 해지들을 많이 합니다.
종신보험 가입 후 5년 후 유지율은 50%, 10년 유지율도 36%(2017년 기준, 보험연구원)에 불과합니다.
10년 지나면 10명 중 7명 가까이가 해지한단 건데요. 대부분의 가입자가 원금 손실의 피해를 봤단 얘기입니다.
이렇게 해지가 많으니까 보험사들은 결국 장래 지급할 사망보험금에 대한 부담도 피해갑니다. 보험사들의 배만 불린 셈이죠.
<앵커>
보험 가입할 때 설명의무를 잘 준수시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보장성 보험은 아예 사업비 비중에 대한 설명 의무가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생명보험사나 보험설계사 누구도 사업비에 대해선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말할 이유가 없는거죠.
대신 보험협회 홈페이지에 보험가격지수를 공시해 놓은 정도인데요. 한마디로 면피용입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너무 어려워서 보험업에 40년 일한 전문가도 보험가격 지수로는 사업비 등 파악이 어렵다고 할 정도입니다. 들어보시죠
[보험업 관계자 : 소비자 알권리 위해 사업비 공개돼야하지 않냐 오래전부터 요구됐고 지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사업비 대신 보험가격지수를 만들어 알아서 비교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중간을 100이라고 가정해놓고 보험가격지수가 100보다 적으면 타사보다 사업비가 적은거고 100보다 많으면 타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부과돼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비교 판단하라는 정도입니다.]
<앵커>
금융당국은 뭐하고 있습니까?
<기자>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을 놨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GA에 대해서 영업윤리를 마련하고 불법행위를 엄벌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금융위 관계자는 "대리점은 금융회사도 아니고, 보험사에 업무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라며 추가 규제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세밀한 검사와 관리 감독도 불가능한 실정인데요.
법인 GA만 4478개, 개인보험대리점은 2만 5,255개입니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 관계자도 "법인GA만 4,500여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장 검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인터뷰 들어보시죠.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 감독당국이 인력이나 전문성에 한계가 있는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방향조차 제대로 서있지 않다고 봐요. 사건별로 사안별로 감독당국이 개입해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과 또 하나는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소비자 보호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GA제도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모아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좋은 취지와는 달리 GA 설계사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자신들에게 수수료를 많이 주는, 즉 돈 되는 상품만 판매하는 행태로 굳어지게 된 겁니다.
<앵커>
당국이 할일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최근 금감원의 종신보험 소비자경보 주의 발령도 사실상 `속여서 파는 경우 많으니 조심하라`고 한 게 다죠.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기꾼이 있으면 금융 경찰인 금감원이 사기꾼을 잡는 게 맞는 건데, 소비자들에게 `사기꾼 조심하라`고 외치기만 하고 있는 겁니다.
금감원 인원만 2,200명에 달합니다. 매일 10억원의 예산을 소진하고 있죠.
하지만 할 일은 제대로 못하고 있는건데, 소비자를 보호할 의지가 있는건지, 아니면 역량이 안되서 못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앵커>
금감원이 그렇단 얘기고, 금융위는요?
<기자>
금융위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2014년이죠.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종신보험이 문제가 많다며 판매를 중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2014년 8월)
그런데 어이없게도 금융위가 불과 8개월 만에 이를 뒤집습니다.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의 노후를 지원하겠다며 생명보험사와 TF를 만들어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건데요.
그 결과 2015년 4월부터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을 ‘사망보험금 선지급형 종신보험’으로 이름만 바꿔 판매가 된 겁니다.
보험상품의 변칙 판매를 앞장서서 막았어야 할 금융위가 오히려 변칙 판매를 용인해준 셈인데요.
불완전판매의 대표적 사례인 종신보험은 금융위가 불러온 사실상 예고된 참사였던 겁니다.
<앵커>
금감원, 금융위의 직무유기네요. 소비자들은 도대체 누굴 믿어야하는 건가요? 이번에도 우리 스스로 지켜야하는 건가요?
<기자>
보험은 내용이 복잡해서 30년을 보험업에서 일한 전문가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보험을 가입하려면 나에게 꼭 필요한 건지 목적에 맞는지 꼼꼼히 신중하게 따져봐야합니다.
보장내용과 보장 제외사항을 명확히 알고, 원금 손실, 사업비, 총 납입보험료, 피해구제 방법도 알고 가입해야 합니다.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앵커>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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