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뭐예요?"…글로벌 명품의 '민낯' [이슈플러스]

박승완 기자

입력 2021-06-23 17:36   수정 2021-06-23 17:36

    환경 파괴의 주범
    사회적 책임 외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
    <앵커>

    이어서 명품 브랜드들의 EGS 경영 실태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명품 브랜드들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어떤 내용이죠?

    <기자>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탄소의 10%가 패션산업에서 나옵니다. 연간 120억 톤 수준인데요.

    전 세계 비행기나 선박 운송에서 나오는 양보다 많습니다.

    2018년 조사 당시가 코로나19 이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하죠.

    생산된 의류의 75%가 소각이나 매립되다 보니 패션산업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앵커>

    75% 라면 네 벌 중 세 벌 꼴인데, 이렇게 많은 양이 태워지거나 버려진다고요?

    <기자>

    심지어 일부러 판매하지 않고 태워버리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 주범이 바로 명품 브랜드들입니다.

    싼값에 팔아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느니 소각을 택하는 건데, 오래된 관행으로 전해지죠.

    또한 소각된 물량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해 세금 부담을 낮추려는 계산도 깔려있습니다.

    창고에 보관하며 관리하는 비용보다 태워버리는 쪽이 싸고 간편하다 생각하는 거죠.

    <앵커>

    ‘브랜드 가치를 그렇게 신경 쓰면서, 세금이나 관리비 아끼기에 여념이 없다?’ ‘명품’이란 말이 무색하군요.

    <기자>

    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 파괴를 서슴지 않고 있는 건데요. 동물들도 이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가 에르메스인데요, 지난해 11월이었죠.

    호주에 최대 5만 마리의 악어를 키울 수 있는 농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이 알려졌습니다.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이미 현지에 악어농장 3개를 갖고 있습니다.

    핸드백과 지갑, 신발에 쓸 가죽을 위해서인데, 버킨백 하나에 악어 3마리가 필요하다 합니다.

    <앵커>

    대다수 패션 브랜드가 모피나 동물 가죽이나 이런 것들의 사용을 자제하는 걸로 아는데요.

    환경보호나 동물복지 등에 신경을 쓰는 요즘 트렌드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환경보호나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명품 업체들이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됐죠.

    전문가들 역시 소위 명품 브랜드라고 하는 기업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세조 대표 인터뷰 들어보시죠.

    [오세조 / 오세조랩 대표(연세대학교 경영대 명예교수) : 환경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소재를 통해서 원단 소재라든지, 티타늄 소재라든지, 소재에 대한 탄소 축소를 일부 추진하고 있어요. 장래 소비자들 및 사회 요구에도 맞고,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해서, 선도적으로 나가는 기업도 있긴 있어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도 많이 정착이 안 돼 있죠.]

    <앵커>

    인지도에 비해 대응 속도가 많이 더디군요. 사회적 역할은 어떤가요?

    <기자>

    앞선 리포트에서 확인했 듯 `명품 브랜트 사냥터`가 된 한국에서 명품 기업들은 국내에서 폭리를 취한 뒤 본국으로 수백억 원을 송금하는 상황입니다.

    루이비통이 최근 1년 국내에 적용한 인기 제품의 가격 인상률만 50%에 달했음에도 매출은 끄떡없었습니다.

    본사가 공지한 실적을 확인해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 본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8.4% 증가했습니다.

    이중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성장률이 90%에 달했는데요. (LVMH 86%, 에르메스 88.1%)

    이들 브랜드들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 루이비통이 9%, 에르메스가 5.6%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죠.

    <앵커>

    유럽에서 빠진 이익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서 채워가고 있다는 뜻이군요.

    <기자>

    무엇보다 막대한 수익을 내고 배당금과 수수료 등을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 원을 본국에 보내는 점이 문제시됩니다.

    오세조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지사들은 2천억 원가량을 본사로 가져가며 기부는 22억 원을 한 것으로 조사됩니다, 1%가 안 되죠.

    일각에선 시장경제상에서 무엇이 문제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회적 역할은 빵점`이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어 보입니다.

    일정 부분 압력을 가해서 이들의 ESG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서용구 교수 인터뷰 확인하시죠.

    [서용구 /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 그 사람들이 비상식적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모든 이득을 본사로 송금해버려서 한국 시장을 그야말로 자기들의 놀이터로만 생각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압력을 가해서 최소한의 ESG 스탠더드를 높일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고요.]

    <기자>

    국내 명품 법인들의 기업 정보나 재무, 가격정보 확인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시됩니다.

    에르메스코리아와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진출 최초로 매출을 공개했고요, 루이비통 역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최대 30년간 경영 실적이 베일에 가려있었던 것인데, 본사로 가는 엄청난 배당금이나 기부금을 비밀로 부쳐 비난을 피하고, 수익금만 챙겨가겠단 요량인 거죠.

    <앵커>

    말 그대로 콧대만 높아지는군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 간 M&A도 활발하다면서요?

    <기자>

    네, 전체 TOP 100 명품 브랜드 중 10위 기업이 매출 51.2%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LVMH(루이비통), 케링(구찌), 에스티로더, 리치몬트(까르티에), 로데알 등인데요, 1위 루이비통 매출은 2등 케링그룹의 2배가 넘습니다.

    이들은 자본력을 활용해 각종 브랜드들을 사들여 몸집을 키운 다음 전 세계 명품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최근 각종 브랜드들의 비밀스러운 가격 인상을 루이비통이 주도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비자학 연구자들이 명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윤과 배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허경옥 교수입니다.

    [허경옥 /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 일단 소비자도 이제 공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연예인만 공인이 아니라. 나 자신도 공인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작든 크든 내가 지불하는 돈이 우리 사회, 나 자신, 그리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서, 내가 하나 쓰는 소비, 내가 쓰는 명품이 과연 나한테 부메랑으로 돌아올 때 긍정적인가,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사는 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의식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소비자도 공인이다`라는 말이 중요하게 들립니다.

    <기자>

    네, 공정한 소비가치를 생각하는 이들은 내가 지불한 돈이 바르게 쓰이지 않는다면 구매를 안 한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챙기는 동시에, 가치소비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산업부 박승완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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