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했다
수도 비엔티안은 닭소리에 잠을 깬다
소와 염소가 함께 놀고 있는 길모퉁이처럼
이곳 인사말은 참 친근하다
어느 때나 주고받는 안녕하세요(싸바이디)는
밤새 안녕했냐고 묻던 우리의 인사말과 사뭇 비슷하다
조금 친한 친구나 가족 또는 지인에게는
밥 먹었는지(낀카오래오버)가 주된 인사다
알고지내는 라오스사람들이
나에게도 늘 밥 먹었냐고 인사를 한다
가난하여 끼니도 거를 수 있으니
밥을 먹었는지가 중요한 물음인가 보다
예전에 아침마다 묻던 우리의 인사말을
21세기 라오스에서 자주 듣게 된다
가난이 걷히고 나면
이들의 인사말도 바뀔까?
라오스 식단에 오르는 음식은 쌀과 채소가 주류다
상추며 파프리카며 버섯이며 야채가 풍성하다
메콩강 언저리나 들판에서
나뭇잎이나 풀잎을 채취하는 풍경도 자주 보게 된다
찹쌀과 멥쌀, 흑미까지 이들의 주식도 쌀밥이다
갖은 양념을 숙성시킨 젓갈들도 많다
어찌나 짧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지
고추 한 조각에도 입안이 얼얼하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복통으로
며칠 꼼짝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또 반복이다
맛에 길들여져 헤어나지 못한다
며칠 못 먹으면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안달이 난다
술 인심 또한 정말 후하다
나무그늘 아래 앉아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가족끼리 빙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다
지나가는 낯모르는 사람에게도
맥주 한잔을 선뜻 권하는 이들의 인심
막걸리 한잔 권하던 우리의 옛 이웃 같은
저녁꺼리가 풍성하지 않아도
함께 먹자며 자리를 내주는 잔잔함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굶어도 새벽마다 집 앞에 무릎 꿇고 보시를 하며
가족의 복을 비는 이들의 믿음 덕분일까?
정한수 한사발 장독대에 떠놓고 빌던 할머니 얼굴 같은
이들의 가족애도 끔찍하다
어미의 자식사랑은 어디에다 견주어 보겠는가?
또한 형제간의 우애도 참 그지 없다
산업화시대 우리 누이들이 도시에 나가
봉투째로 고향 부모님에게 부치듯이
이곳 비엔티안에서 일하는 젊은이들도
십 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약값으로 또는 대여섯이나 되는 동생들 학비로 몽땅 보낸다
40도의 무더위 속에 비지땀을 흘려 번 돈을
오늘 저녁끼니가 없는데도 상관없다
허기를 물로 채운들 마다하겠는가?
우리도 언제가 저런 시절이 있었다
오후 다섯시만 되면 메콩강변에 사람들로 붐빈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차로를 막고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파란 모자들
죽어라 뛰는 땀에 젖은 수건들
자전거에 흠뻑 빠진 바퀴살들
하나 둘 셋 구령에 숨찬 에어로빅
한강변을 즐기듯 이곳 도시민들도 그렇다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염소 떼나 소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논에서 나란히 서서
긴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허리를 굽혔다가 섰다가 모를 심는 농부들
새때가 되면 나무 그늘에 모여앉아
유월 하지 감자를 베어물 듯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는 낮 익은 풍경들
한가로이 풀 뜯는 소리에
구름떼는 서쪽으로 흘러간다
운동 후 뒤풀이가 걸판지다
축구는 한 시간, 뒤풀이는 세 시간도 짧다
조기축구나 배드민턴 후 간혹 술 마신 기억이 있는데
이곳은 스포츠센터마다 가라오케(라오스식 노래방기기)와 술과 안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저녁 운동 후 술과 노래는 정해진 코스
얼음에 타서 마시는 맥주, 마시는 대로 또 따라준다
소주를 타서 폭탄주를 마시기도 한다
밤이 어디쯤인 줄 모르고 마시고 또 마신다
가라오케에서 나오는 라오스의 옛 노래들
술 취한 이들도 떼창은 기본이다
떠나온 남쪽고향을 노래하고, 첫사랑을 그리워하고
별과 달을 보며 눈물짓는 이들의 노랫가락이
한국의 애수를 되돌린 것만 같다
K-pop을 따라 부르며
모바일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며
이들의 삶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동남아 하고도 원시처럼 조용한 이곳
한국김치와 라면을, 소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시아라는 공감대 때문일까?
삼(3)과 십(10)도 같이 쓴다
다른 듯 하면서도 닮은 게 참 많다
마치 산업화가 한 참 진행되던
고향마을에 온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복숭아 꽃 살구 꽃 피던 신작로길에서
돌팔매질하던 그 시절 같아
메콩강변에 서서 한참 뒤돌아볼 때가 있다
하지만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도 정말 많다
사람 속이 그렇다
칼럼 :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