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대어 투자주의보?...크래프톤·카카오뱅크 '거품' 논란

입력 2021-06-30 07:00   수정 2021-06-30 07:13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 수준에 대해 `거품`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기업가치를 35조736억원으로 추정하고,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공모 희망가를 45만8천원∼55만7천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4조6천억원∼5조6천억원으로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이며, 기업가치 추정액은 실적에서 크래프톤을 앞서는 엔씨소프트 시가총액(29일 기준 18조원)의 약 2배에 이른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금감원이 사실상 크래프톤에 대해 공모가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금감원은 공모가를 내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크래프톤 측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외 대형 게임회사 7곳과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을 제시했다.
이들 9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중 가장 높은 값과 낮은 값을 제외한 7곳의 평균값인 45.2배를 자사 실적에 적용해 기업가치를 추산했다.
현재 월트디즈니의 PER는 88.8배에 이른다. 따라서 게임회사가 아닌 월트디즈니를 비교 대상에 포함시켜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을 제외하고 게임회사들만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면 평균 PER는 37.9로, 기업가치는 29조4천억원 수준으로 각각 하향된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는 자사 사업모델 등을 근거로 월트디즈니 등을 비교 대상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최근 막 IP 기반 콘텐츠 사업을 시작해 아직 특별한 성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트디즈니와 비교는 무리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낮출지를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등 진단키트 업체인 SD바이오센서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6만6천원∼8만5천원으로, 이에 따른 상장 이후 시총을 6조8천억원∼8조8천억원으로 내놓았다.
이는 국내 업체 씨젠, 뉴욕증시 상장사인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및 `퍼킨엘머`와 비교를 통해 나온 수치였다.
그러나 공모가 기준 시총이 국내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 시총(29일 현재 4조3천억원)의 최대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SD바이오센서보다 기업 규모도 훨씬 크고 진단키트 외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평가 논란 속에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자 결국 SD바이오센서 측은 지난 11일 희망 공모가 범위를 4만5천원∼5만2천원으로, 시총은 4조6천억원∼5조3천억원 수준으로 각각 낮췄다.
내달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도 희망 공모가 범위 기준 시총이 15조7천억원∼18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거품의 소지가 없는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국내 1, 2위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시총 23조3천억원)와 신한금융지주(21조1천억원) 다음 가고 하나금융지주(14조원), 우리금융지주(8조4천억원)를 앞서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 브라질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의 최대주주 `TCS홀딩`, 스웨덴 디지털 금융플랫폼 `노르드넷` 등 외국 기업 4곳을 제시했다.
이는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사업 특수성, 높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에서 국내 은행들은 모두 배제했다는 점은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수치가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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