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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최저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1-07-03 08:00  

적금 최고금리 받으려면 부가 상품 가입해야
대출 최저금리는 신용등급 1등급만 적용
연체 오래된 것부터 줄여나가야 신용도에 도움


"최고 연 7% 금리 적금 가입하세요!" "직장인 최저 연 2.75%로 최대 1억 원까지 대출!"

세상에, 제로금리 시대에 적금 금리가 연 7%? 신용대출인데 연 2%대로 가능하다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요즘, 정말 자극적인 유혹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 금융회사에서 연 7%의 이자를 받고, 연 2%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금융권에서 단골로 쓰이는 문구, `최고·최저`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 "50%가 아니에요, ~50%에요"

사실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최고, 최저, 최대` 등 극단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평소 자주 방문했던 신발매장 앞에 `50% 파격 세일`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면? 일단 당장 필요한 신발이 없어도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가까이 가서 현수막을 다시 보면…



아, `최대`가 숨어있었네요. 모든 물건을 전부 반 값에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대 50%` 할인을 해준다는 의미였죠. 쉽게 표현하면 `~50%`입니다. 매장에 가보면 실상은…정작 반 값에 주는 신발은 한 두 켤레뿐, 대부분 10~20%만 할인해주는 당황스러운 상황.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금융사로 돌아와 봅시다. 최고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은행에서도, 카드사에서도, 보험사에서도 나는 `최고의 고객`이면 좋겠죠. 은행들이 제공하는 파격적인 `연 최대 7%` 금리의 적금들, 정답부터 이야기하면 말 그대로 `연 최대 금리는 최고만` 받을 수 있습니다. 개념은 다르지만 제가 신발 매장을 먼저 예로 든 것처럼, 모든 것들을 50% 할인해주는 천국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최고가 되고 싶어? "그럼 충성해"

그럼 본격적으로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현재 A은행에서 판매 중인 적금상품이 있습니다. 뱅킹앱에서 해당 상품을 클릭하면 `최고 연 7% 이자`라는 문구가 뜹니다. 기준금리가 0%대인 시대에 연 금리가 7%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필수 재테크 상품이겠죠. 가입하기 버튼을 눌러봤습니다.

가입기간은 6개월, 월 저축한도는 30만 원 이내. 약간의 허탈함이 느껴집니다. 30만 원씩 딱 6개월 만 넣을 수 있는 적금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지만 공짜로 마구 퍼줄 수 없는 은행들의 상황도 이해해줍시다. 금액은 적지만 그래도 금리가 높으니 가입해보기로 합니다. 가입 버튼을 누르니 상품 설명서가 등장합니다.

"엥?" 첫 번째 당황 포인트, 해당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1.00%입니다. "내가 상품을 잘 못 눌렀나?"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A은행의 그 적금상품이 맞습니다. `최고 연 7%`라는 금리는 기본 연 1.0%에 우대금리를 최대 6.0%p까지 더 받아 최고 7%까지 채울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대금리를 꼭 챙겨야겠죠. 두 번째 당황 포인트, `적금 가입 기준 직전 6개월 간 B카드 이용 이력이 없는 신규 가입자`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해당 은행 계열카드사의 신규 카드 고객만 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카드를 발급만 하면 안 되고 적금 가입기간 동안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우대금리 요건은 `B카드 마케팅 동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C은행에서 판매 중인 연 6.0%짜리 적금상품. 이 상품도 마찬가지로 기본금리는 연 1.0%, A은행처럼 계열사 카드를 신규 발급 받은 뒤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해야만 최고금리를 적용해줍니다. 정답이 나왔죠. 최고금리를 받고 싶다면? 적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까지 발급해 일정 금액을 사용해주는 `충성고객`이 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 당신은 1등급인가요?

그럼 반대로 `최저`를 다뤄볼까요. 낮으면 낮을 수록 좋은 것, 바로 대출금리죠. 이자를 받을 땐 많을 수록 좋지만 내가 내야 하는 이자는 적을 수록 좋습니다. 사실 적금의 최고금리는 추가 상품 가입 등의 노력만 곁들인다면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죠. 먼저 이해가 쉽도록,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 현황을 조회해봤습니다.



1~2등급에 적용되는 2%대 대출. 표의 맨 왼쪽 칸을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주요 5대 시중은행들이 2%대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저도 은행에 가면 2%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건가요? 오른쪽으로 한 칸, 한 칸씩 시선을 옮겨봅시다. 신용등급이 낮아질수록 적용되는 금리는 최고 13%까지 뜁니다. 말 그대로 2%대 금리는 1등급에게만 적용되는 `최저` 수치입니다.

제가 지난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뤘던 `카드 리볼빙서비스`의 경우에도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사실 각 협회에서 공시하고 있는 이 숫자보다 현실은 더 처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숫자들은 단순 참고용 평균치입니다. 당시 기사에서도 똑같은 조언을 드렸는데, 각 공시 표 맨 왼쪽에 있는 숫자는 `현실에선 적용받기 힘든 금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 `최고·최저` 광고에 혹하지 말자

은행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최저금리, 최고금리 경쟁을 펼칩니다. 엄밀히 말하면 허위광고는 아닙니다. 분명 여러 노력들을 통해, 또는 완벽한 신용등급 관리로 해당 금리를 적용받는 사람들이 일부라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나는 적금 가입할 때 카드를 만들 생각도 없고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할 자신이 없다, 또는 내 신용등급은 하위권, 대출도 간신히 나오는 상황…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합시다. 은행에서 홍보 중인 저 최저금리는, 혹은 최고금리는 내 것이 아닙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니, 광고에 혹하지 맙시다.

은행별로, 혹은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별로 상품의 금리를 비교할 때 최저와 최고금리만 보고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군에 속하는지, 내가 적용받는 실제 금리는 어떤 지를 금융사별로 꼭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광고 상으로는 A은행의 최저 대출금리가 B은행보다 낮았는데, 실제 내 신용점수를 적용해보면 B은행에서의 금리가 더 낮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최고·최저`의 함정에 빠지진 맙시다.

★ 슬기로운 TIP

이렇게만 기사를 마무리하면 "우리는 평생 좋은 금리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갖고 살란 말이냐"라고 역정 내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고`에 근접한 고객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취재해봤습니다. 한국신용정보원이라는 금융기관에 좋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올바른 신용관리법`을 문의했더니 답변이 왔습니다.

먼저 대출과 연체금액 줄이기. 오래된 연체와 이자율이 높은 것부터 우선 줄여 나가는 게 신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주거래은행을 정해 거래실적을 쌓아두는 것도 방법. 특히 국민연금이나 가스비, 통신비 등 공공요금 납부실적을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대출받을 때 신용도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이밖에 다들 알고 계시는 현금서비스 등 높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빈번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돼 있었고요.

또 하나 체크해야 할 점. 연락처 변경으로 신용거래나 결제 관련 통보를 수신받지 못해 연체가 발생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고 합니다. 연락처 변경 사유로 내 신용도가 하락한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겠죠. 주소와 이메일, 전화번호가 변경됐을 경우 거래 금융사에 즉시 통보해서 억울하게 신용도가 떨어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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