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한 두달이면 수습될 거라고 생각했던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난해부터 이 기사를 쓰는 지금까지 어김없이 제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네요. 네, 저는 그렇게 혼술의 세계에 빠졌습니다. 혼술이 건강을 앗아갔지만 제게 남긴 것도 있었습니다. 바로 깨끗하게 비워진 공병들입니다.
문득 혼술이 부업의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혼술하고 남은 병들을 버리지 않고 팔면 되니까요. 큰 돈을 벌 생각은 없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단돈 몇푼이라도 벌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네. 이번에 <월급이 모자라>가 선택한 부업은 `공병 팔기` 입니다.
● 공병이 재테크 수단?…도대체 얼마기에
제가 주로 마시는 술은 소맥입니다. 그래서 다행히도(?) 소주병과 맥주병을 다양하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1985년에 빈용기 보증금이라는 제도가 도입이 됐죠. 빈 용기의 보증금을 제품 가격에 포함하는 건데요. 그렇게 판매해서 소비자가 다시 용기를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공병을 팔아서 얼마나 벌까요. 병에 답이 있습니다. 소주병과 맥주병에는 보증금 표시가 있거든요.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으로 적혀있습니다.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여기서 "꽤 많이 받네" 하실 수도 있겠죠. 맞습니다. 2017년에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크게 올랐죠.
● 집 근처 편의점에 가면 `공병` 받아줄까?
`부어라 마셔라` 하며 모아둔 공병을 가지고 회사 근처의 편의점을 찾아갔습니다. 조심스럽게 공병을 내밀자 이상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공병을 받지만 받을 수 없다".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같은 아이러니죠. 이유가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편의점에서는 공병을 수거해야 합니다.
말씀 드린 대로 빈용기 보증금이라는 제도 덕분에 모든 주류의 판매 가격에 공병 값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그러니까 편의점에서는 저같은 소비자가 공병 반환을 요청하면 이에 응해야 합니다.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다만 편의점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소비자에게 공병을 받으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받은 공병을 모아서 한꺼번에 주류업체 등에 반품을 하게 되는 데요. 지금 같은 여름에는 아무리 깨끗해 보이는 공병을 받아도 냄새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병을 받는 게 맞지만 자체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거나, 특정 일에만 수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의점 입장에서 돈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0병의 공병을 처리해도 얻는 수익이 1,000~1,1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 ESG 경영…기기가 수거하는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죠. 대형마트에서도 공병을 팔 수 있습니다. 요즘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경영이 기업에서도 화두다 보니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어떻게 파냐. 대형마트의 고객센터에 설치된 빈용기 무인회수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기기에 적힌 `당신의 참여로 세상이 변화됩니다!`라는 문구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빈병을 회수하는 거니까 당연히 내용물을 비워야겠죠. 그리고 뚜껑을 제거합니다. 컨베이어 벨트같이 생긴 곳에 바코드가 위를 향하게 바닥쪽부터 눕혀서 넣어주면 됩니다. 그럼 영수증이 나오는데요. 이걸 고객센터에서 돈으로 바꾸면 됩니다. 참 간단하죠? 그리고 이 기기로는 1인당 하루에 30병밖에 팔 수 없다는 점도 참고하세요. 저희는 소주병 4개, 맥주병 4개를 팔아서 총 920원을 벌었답니다.
이번에 빈병을 판 곳은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영등포점이었는데요. `내가 있는 곳은 문래동과 멀다` 하시는 분은 어떡하냐 싶으시겠죠. 이런 빈용기 무인회수기가 전국 55개소에 104대가 있다고 합니다.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만큼 자세한 위치는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홈페이지에서 회수지원 서비스를 클릭하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유리만 돼?…여의도에선 캔·페트도 `OK`
꼭 유리병으로 된 소주나 맥주를 고집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게죠? 지금까지 알려드린 방법은 캔이나 페트는 적용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여의도로 가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수퍼빈`이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순환자원 회수로봇인 `네프론`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로봇은 특별히 캔이나 페트를 회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쓰레기 형태를 판독해 재활용이 가능한 것만 선별해서 회수하는데 이런 기기가 전국에 188개가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그럼 캔이나 페트는 얼마나 벌까요? 캔과 페트 모두 10포인트씩 적립 되는데요. 이렇게 2,000포인트를 모으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환 신청은 수퍼빈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이후에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역시 일일 최대 투입개수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한 번에 최대 25개로 제한되고, 1일 최대 50개까지 팔 수 있습니다. 저희는 16개를 모아서 160원을 벌었습니다. 인공지능이 거르기는 하지만 투명 플라스틱 컵이나 유리병 등은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병과 캔, 페트를 팔아서 총 1,080원을 벌었는데요. 이번 부업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착한 부업`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땅 파서 돈 나오는 거 아니지 않습니다. 어차피 버릴 쓰레기, 조금 수고롭지만 모이면 꽤나 쏠쏠하다는 점. 혹시 혼술하고 계신가요? 지금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이지효 기자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공평 팔기` 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11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Jd16Add80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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