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산 조합 대해부…구멍 뚫린 도정법 [사라지지 않는 조합들]

임동진 기자

입력 2021-07-09 17:39   수정 2021-07-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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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이번 주 미해산·미청산 조합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해와 부작용, 제도적 허점을 연속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부동산부 임동진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임 기자.

    사실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에 대한 얘기는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만 조합이 해산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는 조금 생소합니다.


    <기자>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10단계 이상의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한 단계 한 단계가 수년 씩 걸리기도 하는데요.

    길게는 20년 이상도 걸리는 정비사업의 마지막 단계가 바로 조합해산과 청산입니다.

    한국경제TV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만 해산을 수 년째 끌고 있는 조합이 50곳이 넘습니다. 청산을 하지 않고 있는 조합도 40여 곳이고요. 준공 후에 10년 넘게 남아있는 조합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강동구 한 조합의 연간 운영비 예산표를 보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보시면 조합장 연봉이 6000만원, 여기에 상여금, 기타인건비 등이 있고요.

    여기엔 못 넣었지만 교통비, 통신비, 차량유지비, 회의비 등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돈도 수백만 원입니다.

    조합장들이 보통 1년에 1억원 이상을 받아간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러니까 아파트 준공 까지 마친 후에 사실 핵심사업은 다 마무리가 됐는데도 10년 이상 월급을 받아가는 사례들이 있고요.

    뿐만 아니라 공금을 사적으로 쓰는 일도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2019년에는 대구에서 재건축 조합장이 13년 동안 조합을 청산하지 않고 조합비 7억6000여만원을 사적으로 써서 구속된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해산하고 조합원들에게 분배해 줘야할 자산으로 조합 임원진이 오랜 기간 이득을 챙기는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앵커>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서 해산을 요구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게 쉽지 않습니까?

    <기자>
    앞서 보도를 해드렸던 것처럼 일단 관련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즉 도정법에 해산과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법에는 해산 관련 내용을 결정해서 정관에 넣어야 하고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 이정도가 사실 전부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소송이 걸려있으면 해산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서 조합장이 불필요한 소송을 고의적으로 제기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공공기관에 소송을 건다거나 시공사 등과의 분쟁을 이유로 해산을 미루는 겁니다.

    해산 이후 청산단계도 문제인데요.

    한 조합의 정관입니다. 조합이 해산되고 최종 사업 종결을 위한 청산위원회가 만들어지는데 보시면 그 때부터는 사실상 그 소수의 조합원들끼리 운영규정을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직원을 채용하거나 할 수 있게 됩니다.

    조합장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청산위원회는 임기도 사실상 제한이 없습니다.

    게다가 해산을 하고 나면 조합원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더 답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해임시키거나 해산을 이끌어 내려면 역시 소송밖에 답이 없는 겁니다.


    <앵커>
    소송을 이유로 해산을 미룬다고 했는데 소송 중이면 해산이나 청산이 아예 불가능한건가요?


    <기자>
    제가 변호사에게 문의를 했더니 조합장들의 핑계일 뿐이라고 합니다.

    소송은 채권채무가 남아있으면 유지가 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조합이 없어지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또 추후에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 잔여재산을 분배받은 사람들에게 청구되기 때문에 역시 조합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앵커>
    가장 오래 해산이 안된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관악구 신림동의 한 조합인데요. 1991년 말 입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서류상으로만 남아있고요.


    관할 구청에서도 조합 주체가 사라졌는데 그 배경을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미해산 조합중 18곳, 미청산 조합중 6곳이 추진 주체가 없어서 오랜 기간 방치돼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서류상으로만 조합이 남아 있으면 어떤 문제가 있나요?

    <기자>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나중에 해당 단지가 재건축이 진행될 때 기존 조합이 남아있는 걸로 나오기 때문에 해결이 필요하고요.
    세금이나 금전적 문제 등도 제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많은 문제가 발생했던 미해산 조합에 대해 조만간 규제 법안이 마련될 거라고요?

    <기자>
    그 동안 2년 이상 서울시에서 조합 해산 시기를 강제할 수 있도록 법을 마련해 달라고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건의를 해왔습니다만 국토부는 계속 검토 중이다란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서울시가 정치권에도 요청을 해왔었는데요. 국토교통위의 천준호 의원이 관심을 갖고 논의를 하고 있다가 한국경제TV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발의에 속도를 낸 겁니다.

    이르면 7월 중 조합 해산과 벌칙 규정을 명문화한 도정법 개정안이 발의 될 예정이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던 추진 주체가 없어서 해산이 안됐던 조합들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미해산 조합원들에게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기자>
    아무래도 해산 시기를 명문화하면 조합원들 입장에서 빨리 자신들이 받아야 할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의 분배금을 빨리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핵심이고요.

    조합장이 해산을 막고 있어도 조합원들의 동의 만으로 해산을 추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사실 미해산 조합으로 인해 민원이 상당했는데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각 조합들의 사정이 있는데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정당한 사유없이 해산 총회를 연기하면 안된다는 건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해석에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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