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앞서 말씀하신대로 올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이 44조원 가까이 늘었는데요. 정부는 이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 세정지원, 그러니까 지난해 원래 5월에 내야할 세금을 12월로 미뤄준게 있거든요. 이런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세수증가는 32조5천억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실제 올해 국세 수입은 315조원대로 늘어날 수 있는데, 지난해 본예산안 발표 당시 전망했던 국세수입이 282조7천억원이거든요. 이것과 비교하면, 11% 이상 오차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세수오차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게 2004년 이후 10% 이상 오차율이 벌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올해 정부의 세수추계가 역대급으로 부정확하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세수추계 정확도가 개선되는 듯 하다가, 왜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건가요?
<기자>
세수오차가 커진데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게 기재부의 설명입니다. 올해 세수 추계는 코로나로 인해 경기 전망이 상당히 어두웠던 지난해 7~8월에 한 것이거든요. 당연히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올해 들어 경기 전망이 바뀌면서 오차가 불가피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일례로 코로나 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해 세수 추계오차는 2.1%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세수전망은 코로나 영향이 전혀 없었던 재작년 여름에 한거니까, 기재부의 설명대로라면 지난해도 올해처럼 크게 오차가 벌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때문에 기재부가 세수펑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세수 추계를 일부러 보수적으로 해온 것이 원인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 위기가 있었다고 해도, 오차가 커서 이런 지적을 받을만도 한 것 같은데요. 세금이 더 걷히면 좋은거 아닌가요? 세수 오차가 큰 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거죠?
<기자>
가계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정부 재정은 좀 다릅니다. 정부가 다음해 예산 짤때 가장 먼저 하는게 내년에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를 추산하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산규모를 짜는데요. 예측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 정부가 빚을 내야하는 문제가, 더 걷히면 쓸 수 있는 재원을 제대로 못쓰게 되는 비효율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면요. 정부는 올해 더 걷힌 세금으로 2차 추경을 편성했는데, 법에 따라 늘어난 예산의 40%를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에 보냈습니다. 당장 예산이 부족하지도 않은 지방에 추경 예산 33조원 가운데 12조원이 배정한 겁니다. 애초에 세수가 30조원 이상 더 들어올 것으로 추산하고, 본예산을 짰다면 이처럼 지자체에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 대신 중앙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늘리거나 나라빚을 갚는데 쓸 수도 있었는데, 이를 못하게 된 거죠.결과적으로 정부의 보수적인 세수 추계가 재정정책 규모를 위축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들어보니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 관련해서 논의가 좀 진행되는게 있나요?
<기자>
네. 아무리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 세수 추계를 한다고 해도 세금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고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예측 못한 변수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다는 거죠. 한가지 예로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을 들 수 있는데요. 코로나19 위기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증권거래세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례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오차가 너무 큰 만큼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세수 추계 오차가 2018년에 9.5%까지 커지자 세수 추계 모형을 개선하는 등 개편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계모형이나 추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차 줄이려면 이런 근거자료부터 공개하는게 순서다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앵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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