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요즘은 `전화해` `문자해`라는 말보다 `카톡해`라는 말이 더 익숙하죠.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검색할 때 `구글한다`고 하는 것처럼 어떤 서비스가 동사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글자로 대화가 이뤄지는 카톡은 왜인지 문자나 전화보다 더 친근한 느낌입니다. 이유가 뭘까. 바로 표정이나 몸짓을 대신하는 `이모티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문자로는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이모티콘을 씁니다. 저도 카톡으로 헤어짐을 통보받은, 이른바 `카톡이별`을 몇 번... 겪으면서 이모티콘이 참 요긴하다는 생각를 했는데요. 저같은 사람이 많은 걸까요. 지난해 한해만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산 사람이 2,400만명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쓰는 이모티콘,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네, 이번에 <월급이 모자라>가 선택한 부업은 `이모티콘 작가` 입니다.
● `10억 매출` 오구작가도 처음에는 부업이었다
혹시 `오리너구리`를 아시나요. 오리와 너구리를 아는 사람은 있어도 `오리너구리`가 친숙한 분들은 드물 겁니다. 귀여워서 `오구오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실제 존재하는 동물인데요. 저는 이 오리너구리를 캐릭터로 처음 접했습니다. 툭 튀어나온 입에 하얀 몸뚱이를 좌우로 흔들며 포즈를 취하는 `오구`는 문종범 작가가 내놓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입니다. 2019년 당시 카카오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모티콘에 올랐고 10억 이상의 누적 매출을 기록한 대단한 아이죠.
이제는 어엿한 `10억 작가`가 된 문종범 작가는 처음부터 이모티콘 작가였을까. 아닙니다. 도예를 전공한 그가 이모티콘에 도전할 당시에는 이런 직업이 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연히 이모티콘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고 부업으로 도전을 했다고 하는데요. 도예보다 시간이 적게 들고 태블릿PC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 시작했다는데, 2017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오구`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만 39개나 될 정도로 인기입니다.
● 똥손도 할 수 있다고?…`이모티콘 작가` 되는 법
저는 그림의 `ㄱ`자도 모르는 이른바 `똥손`입니다. 그래서 `오구`의 아빠인 문종범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제 요청에 선뜻 응해준 문 작가도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제가 정말 그림을 못 그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같은(?) 사람도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그저 선 몇 개를 그어 만든 `병맛티콘`도 화제를 모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서는 많이 노력해야 한다`였습니다.
요즘 이모티콘은 그림 자체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아이디어, 그러니까 컨셉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 <월급이 모자라>의 콘셉트에 맞게 직장인들을 위한 이모티콘을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았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주제는 `숫자`였죠. 숫자를 캐릭터화 시킨 후에 그에 걸맞은 재치있는 멘트를 입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1`이 주제라면 `1러라 1러라`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많이 쓸 수 있는 대화를 입히는 아이디어죠.
● 아이패드와 프로크리에이터로 단 5분이면 `OK`
저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데 태블릿PC를 이용했습니다. 처음에는 노트북에 있는 그림판을 이용해 마우스로 그려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태블릿PC가 없는 저는 해리PD에게 빌릴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면 펜이 있는 태블릿PC는 쉬웠을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이런 기기를 전혀 써본 적이 없어서 처음부터 그림다운 그림을 그리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손에 익을 때까지 여러번 그리다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지더군요.
문종범 작가는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크리에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추천했습니다. 무려 1만 2,000원이지만 그 값어치를 한다고요. 가장 큰 장점은 레이어를 나눠서 그릴 수 있다는 점. 우리가 종이에 움직이는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밑그림을 하나씩 다시 그려야 하는데, 이건 밑그림을 한 번 그리면 그 위에 덧입히는 식으로 여러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나는 태블릿PC도 없고 돈도 쓰기 싫다`고 하면 `공주티콘`처럼 그림판을 사용할 수도 있으니 알아두세요.
● 카톡의 작가 선정방식…"삼박자만 갖추면 된다?"
자, 그림을 다 그리셨다면 이제 카카오의 선택을 받을 차례입니다.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이모티콘을 제안하면 되는데요. 멈춰있는 이모티콘은 32개,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24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되도록 적게 그려도 되는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선택했습니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만든 이모티콘을 차례로 업로드 해주면 끝. 이렇게 이모티콘을 제안하면 한달 안에 심사결과가 나옵니다. 이후 승인을 받으면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까지 5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게 되면서 `승인의 기준이 뭔가` 궁금하신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카카오에 문의를 해봤는데요. 카카오의 답변은` 다양한 제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였습니다. 다만 대중성, 차별성, 기획력 등의 삼박자를 갖추면 된다고 합니다. 말이 쉽지만 참 어려운 얘기죠? 유명 작가나 일반인의 이모티콘 모두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된다고 하니 차별을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10억씩 번다는데…카카오는 얼마나 가져갈까?
카카오에서 직접 만들기보다는 작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랫폼을 제공하는 카카오와 이모티콘을 그리는 작가는 어떻게 수익을 나눌까요. 앱마켓 수수료 30%를 제한 금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가진다고 하는데요. 이 비율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습니다. 또 작가가 직접 입점한 경우나 에이전시를 통해 입점한 경우 등 상황이 다양하고, 이에 따라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다르다고 하죠.
하지만 인기있는 이모티콘 작가가 얼마나 버는 지는 통계가 말해줍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1억원 이상 매출을 낸 이모티콘은 약 1,300개 정도고, 10억 이상 매출을 낸 시리즈도 73개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가들의 사정이 조금 어려워졌습니다. 이모티콘 정액제가 도입됐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면 작가들의 수익은 또 달라집니다. 이모티콘 정액제 상품의 전체 사용량 중에서 캐릭터 별 사용량의 비중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 `잘 만든 이모티콘 하나` 커지는 이모티콘 시장
카카오톡 이모티콘 지원자는 얼마나 될까요. 카카오에 따르면 월에 약 5,000건 정도의 제안이 들어오고 매일 3~5개의 선별된 이모티콘이 상품으로 나오는데요. 판매가 잘 안 되는 상품은 있어도 하나도 판매되지 않은 이모티콘은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카카오에서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이겠죠. 적게는 2,200원에서 많게는 3,300원까지 하는 가격에도 구매하는 이용자가 늘다 보니 이모티콘 작가를 키우는 학원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모티콘 시장 규모를 3,000억에서 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모티콘은 그저 이모티콘에 그치지 않고 휴대전화 케이스, 달력 등 굿즈로 상품화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되면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겠죠. 참, 저는 카카오톡에 지원했지만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여러가지입니다. 네이버의 OGQ마켓이나 라인의 경우는 제출하는 이미지 개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편이라고 하니까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혹시나 승인이 나서 부자가 되면 뭘 할지 고민했던 저는...결국 카카오와 함께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림에 전혀 소질이 없는 걸 스스로도 알지만 막연하게 부업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요. 저는 떨어졌지만 여러분은 카카오의 조언을 잘 참고해서 `이모티콘 작가`라는 부업에 성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림 실력은 다소 평범(?)하지만 아이디어가 넘치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지금까지 이지효 기자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이모티콘 작가` 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25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7u-0g7Cj4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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