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하락에 32조 뭉칫돈 몰려간 곳

전민정 기자

입력 2021-07-19 17:56   수정 2021-07-19 17:56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에 은행 요구불예금 보름만에 32조 급증
    대어급 공모주 청약 대기도 영향


    <앵커>
    가상화폐 급락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하반기 대어급 공모주 청약 일정이 시작되면서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초저금리 기조로 대출과 예적금 이자수익이 줄면서 은행들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요구불예금 마케팅 공세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74조원. 이달 들어 보름 만에 약 32조원 늘었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증가 폭(12조6천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으로, 올 초와 비교해서도 17%나 불어났습니다.

    은행권에선 최근 요구불 예금에 뭉칫돈이 몰리는 건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IPO(기업공개) 슈퍼위크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IPO 대어인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등 일반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미리 실탄을 준비하기 위해 언제든지 돈을 찾을 수 있는 요구불 예금에 대기자금을 쌓고 있다는 겁니다.

    부동산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묶여 있고, 가상화폐 투자 열풍마저 급격히 시들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요구불 예금의 금리는 정기예금이나 적금보다 낮은 0~1%대. 은행들은 낮은 가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규모가 클수록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1분기 시중은행들은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 유치 노력이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요구불예금도 예대율에 큰 영향을 줍니다. 요구불예금은 관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은행들은) 가급적 많은 요구불예금을 유치하려고 하죠.]

    초저금리 기조로 정기예·적금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렵고, 대출 규제에 대출이자 순익 감소마저 예상되는 은행들은 이자 수익 방어를 위해 요구불 예금 유치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은행 모바일 앱 통해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색 예금 통장으로 미래 고객과 자금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페이 등 IPO 대어의 `공모가 거품` 논란 속에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뭉칫돈들이 은행 예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청약이 끝난 후에도 대기자금 수요를 붙잡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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