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보험금 수령과 관련한 사기들이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고 있는데 대체 왜 개선이 안되는 건지 알아봅니다.
정치경제부 정호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이런 보험사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인데 적발된 건만 해마다 1조원이나 됩니다. 왜 아직 해결이 안되는 겁니까?
<기자>
네,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험 사기가 개인보다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문제입니다.
일부 차량 정비업체나 병원에서 암암리에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돕고 있는데요.
사실 차 사고가 났을 때,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고 난 김에 다른 부분도 무료로 고치자" 이런 마음이 들 수 있잖아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일부 비양심적인 업체들은 공짜 수리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벼운 접촉사고로 앞쪽 범퍼가 찌그러졌는데 차주의 허락을 받고 뒤쪽 범퍼를 고의로 파손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정비나 점검을 받으러 온 차주들에게 공짜로 수리해 주겠다며 허위사고 접수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앵커>
보험금을 타는 사람뿐아니라 정비업체쪽에서 사기를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건데 비슷한 경우가 병원에서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병원들도 많겠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조직적인 보험 사기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무장병원이 있는데요. 앵커도 사무장병원이 뭔지 들어보셨죠?
<앵커>
그렇죠. 윤석열 씨 장모 사건으로 더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이 명의만 빌려서 차린 병원을 말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관은 의료인이나 국가, 지방단체 등에 한해 설립하도록 돼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의료인의 명의만 빌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차린 경우, 형식상으로만 적법하기 때문에 이를 불법으로 보고 처분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이런 사무장병원에서는 가짜 입원환자들을 데려와 과도한 진료명목을 댄 다음 보험공단과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사례로 설명을 드리자면요.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한 다음, 실제 입원하지도 않은 환자들이 정상 치료받은 것처럼 자료를 작성해 보험공단에 요양비용 50억 원을 청구하고, 환자들은 보험사에 약 18억 원의 보험금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무장병원 말고 일반 병원들도 보험사기 논란은 있지 않습니까?
<기자>
과잉진료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병원에 가면 가장 먼저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곳들이 있죠.
명확하게 사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과잉진료를 하는 문제가 최근 불거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백내장 수술입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이 1조 1,52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백내장 수술 과정에서 고가의 비급여인 다초점렌즈를 삽입해 진료비를 끌어올리는 수법들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 보험사들은 안과병원들을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과잉진료라는 부분은 환자의 상태나 병원마다 제각각 다른 치료 방식 때문에 기준이 모호해서 단정 짓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 규모가 너무 커지자, 일부 병원들의 노골적인 편법들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듣고보니까 왜 보험사기가 안 잡히는지 이유를 좀 알 것 같습니다.
이게 보험가입자만 문제인게 아니었군요. 해결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
먼저 전문가들은 보험 사기가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공조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부분은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시죠.
[변혜원/보험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실장: 보험 사기 적발이나 예방 같은 경우는 굉장히 공조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한쪽에서만 누르면 풍선처럼…한꺼번에 조금 더 공조를 해서, 건강보험이랑 민영보험이랑 공조해서 한다든가 협력해서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공조수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보험 사기가 발생했을 때 한 보험사가 아니라 여러 보험사들에 일괄적으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보험사들간에, 또는 공보험과 민영보험 간의 정보를 공유한다면 적발이 훨씬 수월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개인 정보보호 등의 문제도 있어 쉽지는 않다고 하고요, 처벌 강화나 수사 전담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들이 추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오늘 말씀드린 내용들 가운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험 사기에 대해 취재하면서 보험사 관계자들을 만나봤는데요, 보험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다보면 이 사례들을 보고 따라하는 `학습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오히려 범죄를 홍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최근 적발된 보험 사기범의 연령대 중 10~20대가 늘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보고 따라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보험 사기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일반 시민분들도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건 불법이다`라는 인식 제고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적발도 잘 해야겠지만, 어떻게 보면 국민의 품격과 관련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험사기 제대로 못 잡으면 보험사도 다 문을 닫고, 비싼 의료비·차량수리비, 온 국민이 다 자비로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경제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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