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따고 주머니에 넣어버린 영국 복서

입력 2021-08-05 10:03   수정 2021-08-05 10:44


영국 복서 벤저민 휘터커(24)가 결승전 패배에 상심한 나머지 은메달을 따고도 이를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휘터커는 4일 일본 도쿄 국기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라이트 헤비급(75∼81㎏) 결승전에서 아를렌 로페스(쿠바)에게 판정패했다.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랐지만, 패배가 못내 아쉬웠던 휘터커는 이어진 시상식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은메달을 목에 걸지 않았다.
눈물을 쏟아낸 그는 메달을 주머니에 넣어 감췄고, 기념 촬영 때는 마지 못해 메달을 꺼내 들어 보였다.
지켜보던 코치가 "즐겨 벤저민,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으나 휘터커는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휘터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나는 몹시 실망했다. 실패자가 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오늘 같은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며 "이 일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믿어달라"고 다짐했다.
시상식에서의 태도가 아쉬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마음을 가라앉힌 휘터커 역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그는 "아름다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웃어야 했다.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며 "몇 년 뒤 이날을 돌아보면 훌륭한 성과로 여겨질 것 같지만, 그 순간에는 너무 속상해 즐길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영호  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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