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대체 먹거리 등장으로 우유 소비가 줄면서 재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유 수입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넘처나는 재고에도 이렇게 수입이 늘고있는 이유를 방서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6.3kg으로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우유 소비가 줄면서 원유를 보관해 말린 분유 재고는 늘었습니다. 지난해 4월 1만 톤을 넘어선 이후 계속 증가세입니다.
국산 우유가 이렇게 남아도는데도 외국산 우유 수입은 지난 2016년 1,214톤에서 지난해 1만982톤으로 800% 이상 폭증했습니다. 탈지분유도 1만7,792톤이 수입되며 수입 상위 품목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유가 남는데 수입이 늘어난 이유, 바로 가격입니다. 비싼 국산 우유를 써서 가공품을 만들면 좀처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원윳값은 1kg당 1,051원으로, 미국(477원), 유럽(456원), 뉴질랜드(408원) 등 낙농 선진국보다도 높습니다. 가공과 유통비용이 합쳐진 소비자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1L당 흰 우유 가격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비쌉니다.
유독 우리나라의 우유가격이 비싼 이유는 뭘까?
지난 2013년 구제역 파동으로 사정이 어려웠던 낙농가를 돕기 위해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수급에 상관없이 물가상승률과 생산비 증가분만을 반영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유가공업체 입장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우유를 높은 가격에 사들이기 보다는, 저렴한 외산을 수입해 요거트나 커피를 만드는 게 이익입니다.
[유업계 관계자: (원유가격연동제가) 수급을 감안하지 않고 물가인상이나 생산비가 인상됐을 때 반영되는 것이다 보니까 유업계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소비를 감안하지 않고 가격이 결정되는 수밖에 없어서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낙농가가 이달부터 원윳값을 1L당 21원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우윳값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원윳값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우유는 물론 우유를 재료로 하는 아이스크림이나 빵 등의 가격까지 오르는 `밀크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당장 롯데제과가 다음달부터 과자 등 11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12.2% 인상할 계획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 원윳값이 아니더라도 (인건비 등) 인상 요인이 이미 많긴 하거든요. 사실 원윳값 인상 자체가 하나의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원가가 오르니까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겠죠.]
특히 지난 2018년 대비 원윳값 인상폭이 5배에 달하는 만큼, 소비자 부담은 가중되고 국산 우유는 더욱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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